"봉사활동에 나선 뒤부터 가정에 우환 한 번 없었고, 욕심도 사라져 마음이 너무 편합니다."
지난 2일 밑반찬 배달에 나서던 길의 문영란(59)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수성구지구협의회 회장을 만났다. 손에는 대구 수성구 황금 주공 아파트 주변에 살고 있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1주일치 반찬 통을 넣은 보퉁이가 들렸다. 노인들이 씹기 좋도록 연한 재료가 대부분. 동태두부찌개, 부추김치, 메밀묵을 찬으로 담았다. 함께 조리를 하고 배달에 나선 두 명의 봉사원들과 문 씨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1992년부터 봉사에 나섰다는 문 씨. 그가 자원봉사에 나선 시간만 1만 7천 991시간이다. 하루 8시간으로 치면 2천 248일을 쉬지 않고 봉사에만 나선 셈. 그러나 문 씨는 "저보다 더 많은 시간을 봉사한 사람도 있다."며 겸손해했다.
문 씨의 하루 일과는 봉사로 시작해 봉사로 끝난다. 이날도 오전 9시부터 결연 어버이 잔치준비로 담당 공무원과 회의한 뒤 오전 10시에는 영남대의료원에서 거즈를 접어서 약바르는 작업을 하고, 밑반찬 배달에 나선 참이었다. 봉사 일과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수성구 범물동 범물복지관에 가서 노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저녁식사 준비와 설거지도 해야 한다고 했다. 봉사 활동을 마치면 오후 9시가 넘기 일쑤. 그는 "봉사가 곧 일"이라고 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이러한 봉사 활동에 감동받은 주변 사람들이 추천해 문 씨는 지난해 대구시 자원봉사 대상 최종심사 후보 3명 중 한 명에 포함되기도 했었다.
문 씨가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아들이 아파 병원에 갔다가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때가 되면 꼭 봉사활동을 해야지'라고 마음먹은 뒤 1992년 처음으로 영남대의료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됐다는 것. 당시 문 씨의 막내가 초등학생이었지만 남편을 졸라 하루 4시간만 하겠다는 조건으로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2000년부터는 지금처럼 '하루 일과'가 돼버렸다. 덕분에 남편도 덩달아 새벽시장에도 함께 가고, 직접 차량 봉사에도 나서고 있다.
"싼 옷 사 입고, 택시 탈것도 버스 타가며 돈을 아껴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놨었는데 지금 그 아이들이 벌써 대학을 졸업해 자신들의 힘으로 봉사를 하고 있더군요. 그 모습이 너무 좋아 이 일을 멈출 수 없을 것 같네요."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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