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7] (하)천년왕국 상징의 부활

되살아 난 황룡사 9층탑

▲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7은 상징건축물인
▲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7은 상징건축물인 '경주타워' '엑스포문화센터' 준공과 '신라 왕경숲' 조성 등으로 종합문화테마공원의 면모를 완벽하게 갖춰 새로운 차원의 문화축제를 예고하고 있다.

요즘 경주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가보면 가볼수록 경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는 것과 "뭐!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 별로 볼것 없다."는 두 가지. 전자의 반응은 신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 지식인이나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이고, 후자의 반응은 대다수 일반시민들이 느끼는 정서이다.

경주는 그 자체가 거대하고 높고 깊은 역사·문화 유적지인 반면,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등과 같은 겉보기에 압도적인 건축물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7'을 계기로 경주는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경주에는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는 선입견을 지닌 사람은 반드시 올가을 경주를 방문해 '경주타워'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 이달 14일 준공식을 갖는 '경주타워'는 아파트 30층 높이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황룡사 9층 목탑을 음각화한 디자인으로 경주 출신 건축가 이종수 씨가 설계했다.

외관은 모두 유리로 장식했으며, 신라 왕릉에서 출토된 로만 글래스(Roman Glass)를 암시적 은유로 삼아 동서방 간 문화교류를 활발히 펼쳤던 신라의 국제적인 면모까지 담았다. 이쯤에서 경주타워로 부활한 황룡사 9층탑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목탑인 황룡사 9층탑은 지금부터 1천400여 년 전 당(唐)나라 유학에서 돌아온 신라 승려 자장(慈藏)이 건립을 요청하여 백제 장인(匠人) 아비지(阿非知)의 기술지도로 완성됐다. 정면·측면 각 7칸의 평면형식에 높이는 무려 80m. 당시 장륙존상(丈六尊像)·진평왕성대(眞平王聖帶)와 함께 신라 3보(三寶)로 일컬었다.

80m 높이의 9층 목탑은 오늘날 최첨단 기술로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 천 년도 훨씬 이전에 이 땅에 꽃피웠던 신라의 과학기술과 문화 수준이 얼마나 뛰어나고 화려했는지 새삼 충격적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경주타워에 오르면 보문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꼭대기에는 고공전망대와 디지털 문화 전시관이 들어서고, 야간에는 신라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멀티미디어 쇼가 타워 앞면에서 펼쳐질 계획이다. 전통과 현대가 첨단과학과 문화로 다시 만나는 셈이다.

경주타워 바로 옆에 들어선 '엑스포문화센터'(지상3층·지하1층)는 알 모양의 돔형 지붕이 인상적이다. 신라 건국설화에 나오는 난생(卵生)신화를 모티브로 찬란한 신라문화의 부활 의지를 표현했다. 건물 앞면은 56개의 유리벽으로 구성됐는데, 각 면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부터 경순왕까지 56명을 상징한다.

재위기간에 비례한 유리 폭은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바코드를 보는 듯하다. 건물 곳곳에 역사성과 교육적 의미를 부여해 감상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엑스포문화센터는 이 밖에도 첨단 공연 시스템을 갖춘 740석의 극장과 전시실·카페테리아 등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7'에서는 또 삼국유사 속 설화에 나오는 5만 5천여 평의 '왕경숲'을 볼 수 있다 '신라-문화-숲'을 테마로 한 왕경숲에서는 미로체험 삼국유사, 신라유물 발굴체험, 명상음악 콘서트, 외국 이색 퍼레이드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질 예정이다.

오수동 조직위 사무총장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7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하드웨어의 완비로 종합문화테마공원의 면모를 완벽하게 갖춘 박람회라는 것"이라며 "특히 경주타워는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으로 불타 버린 황룡사 9층 목탑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화려한 문화를 지닌 신라의 정신세계를 재현한 것인 만큼 경주가 세계적인 역사문화 관광도시로 도약하는데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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