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디 워'

심형래 감독 영화 '디 워'가 흥행 돌풍, 아니 흥행 태풍을 몰고 올 태세다. 개봉 4일 만에 관객 220만 7천 명을 그러모으면서 1천만 명 기록에 대한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거침없는 흥행 질주다.

지금으로선 지난 5일까지의 누적 관객 수가 과연 300만 명을 넘어섰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 역대 최고 흥행작인 봉준호 감독 작 '괴물'의 개봉 5일간 263만 명 기록이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의 개봉 5일간 271만 명 동원 기록을 깰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려 있다.

무엇보다 100% 국내 CG(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완성시킨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과 기대치가 매우 높다. 게다가 이 영화의 평가에 대한 인터넷상의 격렬한 논란은 호기심을 부채질하는 일등 공신이 되고 있다. 이른바 '디빠'(영화 디 워와 심 감독을 옹호하는 네티즌)와 '디까'(디 워와 심 감독을 비판하는 네티즌) 간에 벌어지는 입씨름이 그것이다. 특히 이송희일 감독이 "디 워는 영화가 아니라 70년대 청계천에서 마침내 조립에 성공한 미국 토스터기 모방품에 가깝다"며 사정없이 격하시킨 뒤로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양상이다. "스토리 부재의 형편없는 영화"라는 평과 "머리 안 아프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극단적 평이 맞서고 있다.

엔딩 신에 깔리는 배경음악 '아리랑'을 두고도 "애국주의적 마케팅"이라며 비판하는가 하면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고 극찬하기도 한다. 아마도 국내 영화 사상 '디 워'만큼 관객의 네거티브적 평가와 포지티브적 평가가 양 극단으로 갈라져 격돌하는 사례도 드물 성싶다.

'바보 영구'의 명코미디언. 충무로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심형래 감독이 과연 한국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화려하게 재탄생할지에 뭇시선이 쏠려 있다. 내달 14일부터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미국 내 1천500~1천700개 스크린을 통해 대규모 개봉하는 '디 워'가 과연 한국발 블록버스터가 될지도 큰 관심사다. '디 워'는 아직 완성이라기보다 도전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아리랑 선율 위로 이무기가 용으로 변신해 승천하는 장면이 그러하듯 '디 워'가 미국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게 된다면 그 또한 즐거운 일 아닐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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