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잃지 않으려거든 영덕에 오지 마세요.'
드넓게 펼쳐진 푸른 동해바다, 기암괴석의 절벽 위를 달리는 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 풍차와 야생화가 어우러진 해맞이공원을 바라보면 눈이 시리도록 아플 수 있다.
여름 복숭아 익는 내음과 오십천 황금은어의 수박향, 겨울에 찐 구수한 대게가 입과 코를 괴롭히고, 대게축제 은어축제 해맞이축제 복사꽃축제의 흥겨운 가락이 귀를 간질인다.
숲과 바위로 둘러싸인 칠보산자연휴양림과 옥계계곡에 발을 담그고, 장사·대진·고래불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다 보면 온몸을 가누기 힘들 수도 있다. 눈, 코, 귀, 입이 감당할 수 있다면 휴가철 영덕으로 달려가보자.
◆눈길 사로잡는 동해
포항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영덕으로 접어들면 온통 볼거리다. 경보화석박물관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삼사해상공원, 강구항을 거쳐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해맞이공원과 풍력발전단지, 축산항, 대진해수욕장, 고래불해수욕장까지 동해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화석박물관에서는 세계 20여 개국에서 모은 2천여 점의 화석을 실내 및 야외전시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시대별, 지역별, 분류별로 잘 꾸며져 있고, 야외전시관에서는 동해 경치도 곁들일 수 있다.
신년 해맞이 명소인 삼사해상공원은 동해를 무대로 경북대종, 폭포, 어촌민속전시관 등을 갖춰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어촌민속전시관에는 대게잡이를 비롯해 어촌의 다양한 풍속도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연중 관광객들로 붐비는 대게 고장 강구항에서 20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10분쯤 가면 동해를 낀 기암절벽 위로 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가 펼쳐진다. 특히 해안도로 양쪽에 자리한 해맞이공원과 풍력발전단지는 영덕군이 최고의 관광지로 꼽는 곳이다. 해맞이공원은 지난 1997년 대형 산불로 벌거숭이가 된 해안가 산자락을 2000년 야생화 37만 본으로 만든 산책로, 전망대, 물고기 조각, 무인 등대 등으로 꾸민 곳.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해맞이공원 건너편 산 언덕에는 높이 80m, 날개지름 82m의 거대한 풍력발전기 24기가 바람을 가르며 돌아가는 풍력발전단지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동해안에서 단일 해수욕장으로는 가장 긴 20리길 모래사장을 자랑하고 있는 영덕 북쪽 24km 지점의 병곡면 고래불해수욕장. 백사장이 활처럼 안쪽으로 휘어져 양쪽 끝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금빛 모래가 굵어 몸에 잘 묻지 않는데다 울창한 솔숲이 모래사장을 감싸고 있어 휴가철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영덕에서 태어난 고려말 목은 이색 선생이 유년시절 인근 상대산에 올랐다가 백사장 앞 바다에서 고래가 하얀 물줄기를 뿜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고래 뿔'이라고 했다고 해 '고래불'이라는 이름이 전해진다.
◆늘푸른 계곡과 숲
태백산 줄기 끝자락에 자리한 옥계계곡과 칠보산 자락의 칠보산자연휴양림은 숲과 계곡, 바위 등이 어우러져 동해안과는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영덕읍에서 청송 방향으로 30분쯤 달리면 팔각산과 동대산의 기암절벽이 만들어낸 옥계계곡이 나온다. 말 그대로 옥같이 맑고 투명한 물이 흘러내리며, 산귀암 향로봉 병풍석 등 37경으로 둘러싸인 침수정 계곡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침수정 아래를 굽이쳐 흐르는 맑은 물이 바로 영덕 황금은어의 서식지인 오십천의 시작이다. 여름휴가 피크인 7월 말에서 8월 초순 기간을 피한다면 피서객이 붐비지 않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가족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4월이면 영덕읍에서 옥계계곡 사이에 펼쳐진 복사꽃이 장관이다.
고래불과 대진해수욕장을 잇는 명사 이십리 동해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칠보산자연휴양림. 영덕과 울진 경계지점 해안도로에서 서쪽 산 속으로 8km 정도 들어가는데, 소나무 숲이 빽빽이 들어찬 산 속 풍경과 향이 나들이객들을 빨아들인다. 산림욕과 인근 바닷가 해수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로 꼽힌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동해 일출이 일품이며, 등산로와 야영장, 물놀이장 등을 갖춰 가족단위 휴가지로 제격이다.
대둔산 계곡을 발원지로 한 물줄기 50개가 합류해 이뤄진 '오십천'. 각종 철새들이 날아들어 산림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황금은어 산지로도 유명하다. 옥계계곡에서 내려와 영덕읍내를 거쳐 흐르는 오십천 주변에 텐트를 치고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시름이 싹 가신다.
◆진한 맛과 향
영덕 황금은어와 복숭아가 지금 한창이다. 속살이 쫄깃한 영덕대게는 주로 12월부터 5월까지 맛볼 수 있다.
포항 하옥계곡과 청송 얼음골 골짜기에서 출발한 물이 영덕 달산면 옥계계곡으로 흘러들어 영덕의 주천(主川)인 오십천을 이루는데, 여기에 서식하는 황금은어는 조선시대 궁중 수라상 진상품 중 하나였다. 오십천 황금은어축제는 매년 8월 첫째 주 금·토·일요일 영덕군민운동장 옆 오십천변에서 열리기 때문에 '은어 반두잡이 체험' '민물고기 전시' '어린 물고기 놓아주기' 등 행사 참여는 아쉽게도 내년을 기약해야겠다. 하지만 짙은 수박향이 나는 황금은어 회, 숯불구이, 튀김, 매운탕 등은 지금이 제철이다.
영덕읍에서 옥계계곡으로 향하는 지품면 일대는 대규모 복숭아 단지로 유명하다. 7월에는 월봉과 암킹, 창방이, 8월에는 주로 월미가 나온다. 색깔에 따라 백도, 황도로 불리는 이곳 복숭아는 당도가 높을수록 육질이 무르고 껍질이 얇다고 한다.
매년 4월 중순쯤 지품면과 오십천변 일대에 진분홍 복사꽃이 만발하는데, 사진촬영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때 영덕읍 화개리 오십천변에서 복사꽃축제가 펼쳐진다.
너무나 잘 알려진 영덕대게는 1, 2월이 속이 꽉 차 제철이다. 주머니 여유가 있다면 8년 이상된 '박달대게'도 맛볼 수 있다. 대게식당 100여 곳이 빼곡히 들어찬 강구항의 대게도 일품이지만, 좀 더 값싸고 덜 붐비는 곳에서 대게의 참맛을 볼 수 있는 축산면 경정리 '대게원조마을'도 권하고 싶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영덕·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 값싸고 전망좋은 민박 즐비…주요 해수욕장 주차료 없어
영덕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지만, 입장료나 관람료가 크게 들지 않고 바가지 요금도 거의 없다.
숙박지로는 삼사해상공원 일대 호텔과 모텔, 칠보산자연휴양림, 옥계마을 민박집 등을 권할 수 있다. 여의치 않을 경우 동해 해안도로를 따라 가보면 전망 좋은 민박집이 즐비하다. 삼사해상공원 일대 숙박지는 비수기 4만~5만 원, 성수기 10만~14만 원 정도이며, 칠보산자연휴양림은 방 크기와 시기에 따라 3만~15만 원. 민박집은 5만 원 안팎이다.
해맞이공원, 풍력발전단지, 삼사해상공원 등지 관람료는 없다. 주요 해수욕장들도 여름 피서철을 맞아 주차료를 받지 않는다. 샤워장은 1천500~2천 원, 야영장은 4천~1만 2천 원대. 옥계계곡 입장료는 1천 원, 경보화석박물관 관람료는 1천(초등학생)~4천 원(일반), 장사해수욕장 인근 부경온천은 대인 4천500원, 소인 2천 원 등이다.
영덕대게는 철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대개 마리당 8천 원에서 1만 5천 원 정도이고, 박달대게는 8만 원 안팎. 은어 요리, 자연산 물회, 전복죽, 해물탕 등은 1인분 5천~1만 원가량이다.
연중 다양한 축제가 펼쳐지는데, '영덕대게축제'(4월 중순, 삼사해상공원) '영덕해맞이축제'(12월 31일~1월 1일, 삼사해상공원) '영덕여름축제'(7월 말, 대진해수욕장) '복사꽃축제'(4월 중순, 화개리 오십천변) '영덕황금은어축제'(8월 첫째주 금·토·일, 영덕군민운동장 옆 오십천변) '목은문화제'(5월 중순, 괴시리전통마을) '영해 3·1문화제'(2월 28일~3월 1일, 3·1의거탑) 등이 있다.
*이번 주 체험순서:경보화석박물관-삼사해상공원-강구항-해맞이공원·풍력발전단지-오십천변 황금은어축제-고래불해수욕장-칠보산자연휴양림
*'어서 오이소' 다음 주(11일) 코스는 '사람과 곤충의 흥겨운 만남' 예천 곤충바이오엑스포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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