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소송 '봇물'

주민-조합간 보상가 둘러싼 분쟁 대부분

▲ 지난달 대구시 수성구 파동의 한 재건축 지역 주택에 건물 철거 집행관들이 강제집행 공시문을 붙인 채 가재도구를 모두 들어내 집주인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지난달 대구시 수성구 파동의 한 재건축 지역 주택에 건물 철거 집행관들이 강제집행 공시문을 붙인 채 가재도구를 모두 들어내 집주인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아파트 건설을 둘러싼 집단 소송이 크게 늘고 있다. 민영 및 재개발·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경기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주민 대 주민, 주민 대 행정기관, 주민 대 건설사 간 소송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 같은 소송 과정에서 재개발·재건축 조합이나 건설사의 잘못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단지 '돈'을 위해 일단 소송부터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대구 수성구 A재건축지구. 평화로웠던 동네에 연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건축 조합이 끝까지 이사가지 않는 주민들에 대해 '명도 소송'을 내 강제 철거를 시작했기 때문. 조합은 한시라도 빨리 사업을 추진하고 싶은데, '쥐꼬리만한 보상가로는 이사 갈 데가 없다.'는 주민들이 적지 않은 게 문제의 발단이다. 조합은 "토지 감정가와 시공사 제안서를 통해 산정한 합리적 보상가"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주민들은 "조합 측의 처음 사업 계획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부족한데, 이는 시공사와 조합 측의 잘못된 협상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A재건축지구 한 주민은 "법원의 강제 철거 과정에서 LP가스통을 폭파하겠다고 버티는 사람도 있었다."며 "무서워 못 살겠다."고 하소연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는 소송은 매도청구.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려면 토지 소유권을 모두 확보해야 하는데 역시 보상가가 낮고 보상받아도 이사 갈 데가 없다는 주민들이 끝까지 토지 소유권을 넘겨 주지 않는 경우다.

이 같은 매도 청구 및 명도 소송은 앞으로도 더 봇물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 경기가 좋은 때에 재개발·재건축 조합을 결성했지만 경기가 점점 나빠지고 있기 때문. 수성구청 관계자는 "수성구에서만 100개가 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계획돼 있고 현재 공사현장만 35곳"이라며 "그러나 아파트 경기 침체로 조합 측의 처음 사업 계획보다 이윤이 떨어지는 일이 많아 주민 대 주민 간 소송 분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재권 변호사는 "최근 수성구나 서구, 중구의 몇몇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는 매도청구소송에서 조합 측이 패소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며 "아파트 개발을 원하는 주민 동의는 얻었지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거나 절차를 무시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민 대 행정기관, 주민 대 건설사 간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아파트 건설 사업과 관련해 현재 진행중이거나 올해 결과가 나온 소송은 모두 6건. 옆 아파트 공사 소음·진동·먼지나 철로변 소음에 따른 피해보상이 3건, 대구시장과 수성구청장을 상대로 한 주택건설사업계획 및 도로용도폐지 처분 취소 2건, 일조권·조망권 피해보상 1건 등이다.

이 가운데 인근 아파트 공사에 따른 소음·진동·먼지로 인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 보상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진정한 수성구 B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 5월 3일 "건설사는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5천73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방음벽을 설치했지만 주민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건설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결정이었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정당한 권리 찾기라는 측면에서 아파트 소송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지만 단지 보상을 위해 무조건 소송부터 하고 보는 사례가 적지 않아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다."며 "주민들이 패소하는 경우도 승소 못지 않게 많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 명도(明渡) 소송=자기 소유의 건물이나 토지 따위를 남이 점유하고 있으면서 내주지 않을 때, 소유권자인 자기에게 넘겨주도록 법원에 청구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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