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를 켜지 않고 끼어드는 운전자'가 최고의 꼴불견 운전자로 꼽혔다. 얼마 전 한 자동차 전문 포털이 운전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약 19%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자동차 머리부터 불쑥 들이미는 운전자를 꼴불견 운전자 1위에 올린 것이다.
누구나 수긍할 만한 결과다. 운전자라면 다들 경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깜빡이를 켜고 진입을 해도 불안한데 깜빡이도 켜지 않은 차가 불쑥 돌진하듯 들어왔을 경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다.
정치권의 행태도 이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 행태가 그랬다. 체통에 맞지 않게 불쑥불쑥 끼어들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도토리 키 재기식 대선 주자들의 범람 또한 그렇다. 한나라당은 그나마 정리된 주자들이 막바지 난투극을 벌이고 있지만, 이른바 범여권이라는 집단에서는 끼어들기가 극성이다.
깜빡이를 10리 전부터 켜고 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깜빡이도 없이 은근슬쩍, 또는 기습적으로 밀고 들어온 사람이 있고, 또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오다 갑자기 좌회전하는 사람도 있다. 좁은 시골 장터에 너나없이 차를 몰고 들어와 머리부터 박고 보는 꼴이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장꾼들의 불편과 위험은 안중에 없다. 이 마당에 범여권에서 또 한사람이 출마 선언을 예고했다. 대통령의 심복으로 알려진 사람이라 끼어들기 판이 더 가열될 듯하다.
꼴불견 운전자 2위는 '경적을 울리며 차창 너머로 욕설을 퍼붓는 고성방가형 운전자'였다. 이해하거나 기다릴 줄 모르는 천박함을 지적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먼저 화를 내는 적반하장을 포함해서다. 국민들을 안심시키기는커녕 장터 용어들을 마구 써대며 노기를 세우는 정치지도자의 모습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천벌'까지 동원되는 무차별 폭로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꼴불견 운전자가 있어도 도로는 평화롭게 흘러간다. 법과 양식을 지키는 운전자가 더 많기 때문이고, 도로가 그 자체로서 갈 길을 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깜빡이를 켜지도 않고 불법 끼어들기와 난장판 만들기를 정치적 기교로 아는 정치권에는 길이 따로 없다. 전방위 무한 질주만 있어 보인다.
그래서 국민들은 불안하다. 특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해서 더욱 불안하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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