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이 법무장관 갈아치우는 뜻은

김성호 법무장관이 끝내 물러났다. 청와대는 본인이 직접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떠밀려났다는 것이 맞다. 이미 두세 달 전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 청와대와의 갈등설이 얼마 전부터 교체설로 발전했던 터다. 언론에서도 현직 각료 가운데 드물게 소신 발언을 자주 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미움을 사고 있는 그가 얼마나 버틸지가 관심사였다. 결국 10여 일 전부터 '멀쩡하게 일하는' 김 장관의 사의설이 언론에 오르내린 것은 우회적인 사퇴 압력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상식 선에서 볼 때 청와대가 괘씸해하는 그의 발언들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그 정도의 소신도 없으면 장관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분식회계를 자진 시정하는 기업은 관용 조치하겠다' '불법 파업으로 이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게 무슨 문제인가. 또 대선 정국에서 법무장관으로서 법과 원칙을 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대통령이 어깃장을 놓는 선거법 9조(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에 대해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해서, '검찰이 너무 선거에 깊숙이 휘말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해서 괘씸죄를 묻는 게 오히려 정상이 아닌 것이다.

청와대는 국민에게 한번 물어보기 바란다. 선관위로부터 세 차례나 선거법 위반 옐로 카드를 받고 반발하는 대통령이 그른가, 그 선거법이 정당하다고 원칙을 강조한 법무장관이 잘못인가. 물론 정책적 코드가 맞지 않으면 장관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옳은 걸 옳다고 말한다고 갈아치우는 것은 패거리 코드다. 나쁜 정부 운영이고 협량한 정치다.

김 장관 경질은 말하자면 청와대의 의중을 '알아모시는' 법무장관을 앉혀 대선을 치르겠다는 선언이다. 대통령이 계속 선거법에 시비를 걸며 야당과 그 후보를 공격하고 검찰이 선거에 깊숙이 관여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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