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 뮤지컬 배우 최정원

토요일 오후. 뮤지컬 배우 최정원(38)을 만나기 위해 뮤지컬 '듀엣'을 공연하는 대학로 신시 뮤지컬 전용극장을 찾았다. 그녀는 꼭 공연을 봐야만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다. 반강압적인 태도였지만 '배우로서 무대에서 만나는 게 당연하겠지.' 싶어 오히려 고집있는 배우 최정원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로 냉큼 달려가니 바쁘게 분장을 지우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 옆에 턱하니 앉으니 "분장 다 지우고 극장 앞 커피숍에서 다시 만나죠."라고 했다. 사실, 분장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맡은 배역의 모습과 배우로서의 자연적인 마음을 느끼기에는 분장실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고서는 할 수 없이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놓고 그녀와 다시 마주앉았다. 좀 전에 현란한 조명아래서 다른 배우들과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던 힘찬 그녀의 모습 보다는 여성스럽고 내성적이다 싶다.

"사실 제가 좀 내성적이거든요." 그녀의 말에 두 번 놀랐다. 무대에서 최정원은 넘쳐나는 에너지를 가지고 온몸으로 관객을 압도했고, 그녀가 분한 모습은 앞머리를 두툼하게 올린 웨이브 파마머리에 한 가운데에 큼지막한 머리핀을 꽂은 발랄한 성격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뮤지컬 '듀엣'은 6년 전에 초연을 하고서 다시 무대에 올리는 거예요. 뮤지컬배우 성기윤이 작곡가 버논의 역할을 맡고 제가 작사가 소냐를 맡았는데 두 사람의 사랑 얘기를 담고 있어요. 재미 있었어요?"라고 물어왔다.

"키스 장면 정말 찐하던데요." 하니까 킬킬대며 웃어댄다. "이 작품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 '라이트(right)'예요. 버논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첫 키스를 한 다음 '이 사람한테는 제대로 사랑을 할 거야'라며 부르는 노래인데, 부를 때마다 너무 행복해요."

"다시 태어나도 당연히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려서부터 끼가 많았어요. 노래하고 춤추는 게 너무 좋았어요. 오죽했으면 우리 엄마가 제 손을 붙잡고 연기학원에 등록을 시켰겠어요?" 그녀가 뮤지컬 배우로 성장 하는데 는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엄마 꿈도 배우였어요. 결혼하시고 꿈을 접은 거죠. 저를 통해서 그 꿈을 이루고 싶으셨나 봐요. 그걸 알기 때문에 엄마 몫까지 정말 열심히 했어요. 어째든 뮤지컬 배우로 잘 살아가고 있으니까 저도 행복하고 엄마도 매우 만족하세요."

그 말을 듣고 있으면서 딸아이 수아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면 어떻 하겠냐고 물었더니 "대찬성이죠.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면 굿굿굿." 하는데 벌써부터 딸아이가 뮤지컬 배우가 된 것처럼 웃으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은 1987년도 롯데월드 예술극장 뮤지컬 1기 단원으로 입단해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했고, 올해로 뮤지컬 경력 19년째다.

뮤지컬 배우로 성공한 그녀였지만 "오늘 내 연기가 만족스러웠다면 배우로서의 생명은 이미 끝났을 것"이라며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더 긴장을 하고, 항상 무대에 오르면서 마지막 연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 만족할만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관객에게 보이는 날 모든 것을 접고서 팬들의 가슴에 남는 배우로 은퇴하고 싶다."고 밝혔다.

공연이 끝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캐릭터를 마음에 넣고 공연을 하기 때문에, 공연이 끝난 후에서 지우고 또 다른 역할을 맡기 위해 철저한 준비 작업이 필요해요. 다 지워버려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는 법이죠. 부처가 아닌 다음에는 완전히 비울 수 없지만, 여행을 통해 자연과 만나면서 백지로 돌아가는 연습은 나한텐 배우로서 매우 중요해요. 그래야 더 좋은 연기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늘 새로운 인물로 태어나야 하는 배우. 최정원은 비우고, 채워넣는 것에 익숙해 보여 배우로서 신뢰가 간다. 순간, 커피 잔을 땅바닥에 떨어뜨린 그녀는 분주하게 깨진 잔을 옮기고 버리면서도 웃음을 놓지 않는다. 그게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다.

대경대학교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

작성일: 2006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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