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 타고난 노래꾼 김건모

'걸 프렌즈'('쿨'의 멤버 유리와 '룰라', '디바' 의 채리나 가 결성한 여성듀오)의 쇼 케이스 현장에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한참 뒤, 몇 대의 고급승용차가 현장 앞에 멈춘다. 뒤를 이어 대여섯 명이 차에서 내리는데 누군가 옆에서 "김 건모다!"소리를 치니까 순식간에 인원이 불어나 취재진이 그 주위를 둘러싼다. 걸 프렌즈보다 김건모를 취재하려는 열기가 더 대단하다 싶을 정도다.

대기실에서 김건모를 만났다. 국내 가요사에서 최다 음반판매량의 기록을 갖고 있는 가수다워 보이지 않는다. 반바지와 슬리퍼, 헐렁한 셔츠의 너무나 서민적인 옷차림이나 털털한 이미지 때문일까.

"인터뷰 할게 없어. 내 음반내고 인터뷰해야 하는데…. 걸프렌즈 음반 작업에 도움을 조금줘서 응원하러 온 거야. 그냥 시원한 맥주한 잔 하자."

그렇게 잠시. 어색한 자리에서 시원하지도 않은 맥주를 홀짝거리고 있는게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듯 참담한 기분이 들어 요즘 영화판에 감칠맛 나는 연기로 한참 주목받고 있는 K얘기를 꺼냈다. 배우 K는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 배우로, 김건모와는 대학 동기(김건모는 국악과 86학번)인 셈이다. 학창시절 스토리를 '쫘악~' 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말문이 금세 트이면서 맥주가 갑자기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테이블 위에 놓인 빈병들이 쌓여간다.

"노래와 작'편곡에 관심을 갖은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야. 어려서부터 노래에 푹 절어서 살았으니까 비공식적인 데뷔는 더 빠른 셈이지. 대학시절에는 피아노 실컷 치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래연습에 미쳐 살았고…. 해군 홍보단에 입대해서부터는 프로의 기질을 배우고, 제대 후에는 그룹 '평균율'에서 보컬하고 건반을 맡아서 활동하던 중에 김창환 형을 만나서 데뷔하게 됐지. 이때부터 내 음악세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던 것 같아."

주당인 그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술을 마시다 영감을 받아 녹음실로 달려가기도 한다. "필(feel)이 오면 영감을 받은 곡을 한꺼번에 녹음하는 일이 종종 있지. 늘 생활 속에서 음악을 생각하니까 자연스럽게 생겨난 버릇이랄까." 사실 김건모는 9집 앨범을 준비할 당시에 음반 수록곡 10곡 중 9곡 녹음을 마쳤는데, 총 20여 시간밖에 녹음실을 사용하지 않아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8집 히트곡 'my son'을 녹음 할 당시에 딱 두 번 노래를 부르고 녹음 끝내기도 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10곡을 녹음할 경우 신인은 최대 100시간, 아무리 숙련된 가수라도 5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하니까 일상생활에서 김건모의 음악집중력은 알만하다는 반증인 셈이다.

"가수로서 앨범 발매시 히트곡을 내지 못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일 텐데 음악적 변신은 지금도 현재형이냐?"라고 물었다. 사실 그는 9집 앨범이 성공을 못하자 진지하게 본인의 음악세계를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진통과 고심 끝에 세상에 내놓은 10집 '남이야, 서울의 달'이란 노래는 영화 '레이'를 보고 영감을 받아서 스윙 재즈풍 리듬에 푹 절여서 발표를 했었는데, "기대 이상의 큰 호응은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인기를 위에 두고 곡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 현실적인 시장논리를 생각하면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나이 들어서도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선배들처럼 평생을 좋아하는 음악을 담고 변화하면서 팬들에게 건모다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 말을 이어가는 동안 그의 눈에서 빛이 났다.

괜히 분위기 다운되는 얘기만 꺼내고 듣는 것 같아서 화제를 돌렸다. "형. 나이 마흔이 됐는데 좋은 사람만나서 결혼해야죠."라고 묻자 "결혼은 아직 생각 없다."고 잘라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단단함이 보인다. 그 단단함은 대중가수로서 자신의 음악세계에 더 다가서고 영원한 수수께끼에 도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가수의 예술적 혼이 묻어있다.

"10월말 새 앨범을 내놓을 계획이여서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다."는 그의 모습에서 늘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려는 변신은 그에게 평생 유효 할 것 같아 보였다. 그것이 '건모 다움'이다. 음반 판매량과 인기, 성공과 실패를 연연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진정한 가수로서 김건모를 만나려 하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천상 이 시대에 타고난 노래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경대학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

작성일: 2006년 0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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