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요'로 오랜 공백 깬 가수 신효범

이번 주부터 본난에 '김건표의 스타 인터뷰'를 싣습니다. 인기 연예인들을 만나 그들의 근황과 포부 등을 심도있게 들어보는 난입니다. 김건표 대경대학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상명대 연극학과 및 동대학원을 나와 연극 70여 편을 연출했으며 KBS 아트디렉터와 ITV 경인방송 제작프로듀서 등을 지냈습니다.

사실 난 노래를 부르는 것 보다는 듣고 감상하는 쪽이 좋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상당한 저음, 허스키한 쉰 소리 때문에 '고음 불가'다. 그나마 보편화된 노래방 때문에 듣기 거북하지 않을 정도로 조금 나아진 편이다.

노래방한테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노래를 잘 부르지도 못하는 사람이 가수하고 인터뷰 약속을 하고 나니 상당히 떨렸다. "혹시, 노래를 잘 부르세요?"라고 물어본다면 인터뷰고 뭐고 쥐구멍부터 찾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9집 앨범 타이틀곡)로 팬들 곁에 돌아온 신효범을 KBS 가요프로 녹화장에서 만났다.

2001년 8집 '마음에 담긴 메모'를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으니, 5년만의 나들이인 셈이다. 더 건강하고 성숙해진 모습에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정말 오랜만에 인터뷰하네요. 신효범을 사랑하시는 분들한테 할 말이 없었어요. 가수가 하고 싶은 얘기를 음반으로 해야 하는데…. 쉬는 동안 연습실에 살다시피 하고 제자들도 가르치고, 틈나면 골프도 치면서 하고 싶은 얘기들을 곰곰이 생각해봤죠. 그러니까 곡이 하나둘 쌓이더군요. 제가 담고 싶은 것도 있어서 이제야 앨범을 내게 된 거에요."

신효범은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골프는 90타 전반의 실력을 갖고 있다. 사실 신효범의 출현은 가요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 고유의 창법으로 가슴까지 뚫어주는 그녀만의 보컬은 요즘 유행 음악의 반대편에 있지만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떴다 지는 가요계의 유행 속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빛나는 게 그녀의 노래다.

"저에 대한 대중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신효범하면 시원하게 내지르는 창법을 듣고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라고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가수로서는 이러한 부분이 많이 부담이 됐고, 이미지가 고정화된다는 우려감에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창법과 느낌을 바꿨어요. 예전에는 노래로 호소하는 감정표현도 강렬했고 창법도 웅장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포근한 느낌으로 노래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옆에 있던 매니저가 얼른 앨범을 한 장을 건네면서 MP3로 노래를 틀어준다. 속도감 있는 홍보다.

"노래를 부르다가 여러번 눈물을 쏟았을만큼 감수성이 짙게 묻어나는 곡이에요." 타이틀곡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가 그녀의 변화를 대표하는 곡이라고 한다. 감미롭고 듣기 편안한 발라드 리듬이다. 원숙미가 넘치는 부드러운 음악이지만 호소력 넘치는 음색은 감출 수가 없어 시원하면서도 감미롭다.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 '좋은 사람'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이프 유 고 어웨이' '편지'(김 광진의 동명곡을 리메이크)는 왜 신효범을 한국의 디바로 부르는지 깨닫게 한다.

"제 노래 너무들 좋아 하시더라고요. 키를 낮추고, 창법은 더 편안하게 하려고 했죠, 내지르기 보다 소프트하게 부르는 것이 더 힘들더라고요."

2004년부터 준비한 이번 앨범 작업은 컴퓨터를 배제하고 진짜 악기로 녹음했고 '유리상자'의 박승화가 코러스를 더해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등 재능있는 후배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립싱크가 만연한 한국가요계에서 그 흐름만을 믿고 다른 사람이 녹음한 것을 자기 앨범이라고 속였다가 한순간에 활동이 중단한 몇 몇의 사례들을 생각해 봤을 때, 신효범은 맛집과도 같은 존재다. 인기와 각종 차트 순위에 연연하지 않지만, 항상 그 순위 위에 있다고 할까? 숙성의 세월은 가요계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무서운 힘을 느끼게 한다.

"그런 유형의 후배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팬들 역할이 커요. 라이브를 못해도 호의적인 팬들이 많아서 그래요. 가수에 대해 비판 할 때는 비판할 줄 알고, 가수들 공연을 라이브로 유도해야 유행을 타지 않는 좋은 후배들이 나올 텐데…." 그래도 유행을 지키고 있는 잘생기고 예쁜 후배들이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1988년 MBC 신인가요제에서 '그대그림자'로 금상을 수상한 후에 9집 앨범을 세상에 내놓을 때까지 근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만나볼 수록 오랫동안 함께 하고프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그녀. 오랜 숙성을 거친 진정한 라이브 가수이자 대형가수였다. 더위를 싹 가셔줄 시원한 그녀의 활동이 가요계 유행의 물줄기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대경대학 공연예술학과 교수

작성일: 2006년 08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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