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끝자락이자 앵강만의 들머리와 마주한 남면에는 가천마을이 있다. 다랭이마을로 더 알려진 이 어촌에 들어서면 가파른 산비탈에 돌옹벽을 지지대 삼아 켜켜이 층을 이룬 다랑논이 정겹다. 다랭이란 좁고 긴 논배미를 이르는 다랑이의 사투리로 논두렁으로 둘러싸인 논의 하나하나의 구역을 뜻한다.
온통 바다로 둘러싸였지만 가파른 산자락이 추락하듯 바다와 만나는 지형이다 보니 바다 농사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논은 삿갓을 씌우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크기에서 992㎡(300평) 가까이 되는 곳도 있다. 설흘산과 응봉산 7부 능선까지 100층이 넘는 계단을 형성하고 400여 개 논이 조성돼 있다고 한다.
다랭이논을 지나 바닷가로 내려가면 남해의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데 다랭이마을의 또 다른 비경 중 하나이다. 가까운 곳에 몽돌해변이 있어서 청정바다의 시원함을 즐길 수 있다. 척박한 땅과 모진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터전을 일궈온 남해 사람들의 억척같고 숭고한 삶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마을 바닷가 끝에는 가천 사람들이 미륵불로 여기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삼고 있는 암수바위가 서 있다. 남성의 성기를 닮은 수바위는 수미륵, 그 옆에 만삭이 된 여성이 비스듬히 누워 있는 꼴의 암바위는 암미륵이다. 영조 27년(1751년)에 발견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해마다 음력 10월 23일을 기해 제사를 지내면서 뱃길의 안전과 풍어를 빈다. 특히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부부가 치성을 드리면 즉각 효험이 나타난다고 한다.
다랭이마을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어촌 및 농촌체험을 즐길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마을 앞 바닷가에서 바다래프팅, 손그물낚시, 뗏목 체험을 할 수 있다. 손그물낚시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 조갯살을 손에 들고 있으면 물고기가 문다. 바다래프팅은 계곡래프팅과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또 계절별로 소로 논 갈기, 옥수수 따기 등 농촌체험도 할 수 있다. 문의=011-862-6333.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가는길=사천IC에서 내린 뒤 창선·삼천포대교를 지나 19번 국도를 타고 간다. 앵강고개에서 1024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월포 두곡 해수욕장을 거쳐 석교마을 농로길을 지난 뒤 좌회전해 해안도로를 타고 가면 안내판이 보인다.
▶맛집=다랭이마을 끝에 자리잡고 있는 '원조할매막걸리' 식당(055-862-8381)은 해물된장찌개(사진)로 유명하다. 게와 조개, 새우 등 해물이 푸짐하고 인근 밭에서 직접 기른 호박, 감자가 싱싱하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양념게장이 별미다. 가격은 5천 원. 밭에서 심은 콩으로 직접 갈아서 내놓는 콩국수도 별미다. 가격은 4천 원. 쌀과 누룩, 유자잎으로 만든 유자잎막걸리도 색다른 맛이다.
▶▶▶ 보물섬 남해 또다른 볼거리…지족리 죽방령 대나무발로 물고기 포획
남해는 세 개의 유인도로 연결된 섬이다. 특산물인 마늘처럼 톡 쏘는 맛이 매력적인 지방이다. 보석처럼 빛나는 명소가 많아서 보물섬이라고 불린다.
금산과 보리암은 남해를 대표하는 최고 명소다. 금산은 해발 681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에 오르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만큼 전망이 좋다. 금산 정상 부근에는 3대 기도처 중 가장 유명한 보리암이 있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보리암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울창한 숲과 남해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가천 다랭이마을 못지않게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남해 사람들의 삶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는 지족리 죽방렴이 있다. 창선교를 사이에 두고 삼동면 지족마을과 창선면 지족리 사이에 자리 잡은 지족해협은 물살이 빠르고 깊이가 얕다. 500년 전부터 이곳 사람들은 바다에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 말목 300여 개를 브이(V) 자 모양으로 박아서 양 날개를 만들고 좁아지는 꼭지 부분에 원통형의 대나무 발을 쳐놓아 물고기를 잡는 죽방렴 어업방법을 지켜왔다. 해질 무렵 창선교를 찾으면 붉은 석양이 바다를 물들이고 그 가운데 삐죽하게 두드러진 아름다운 죽방렴을 감상할 수 있다.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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