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자리를 만들자] 경북지역 일자리 실태는

구미·포항 명성도 옛말…북부는 여전히 '암흑'

▲포항시는 지난 4월 영일만 신항 배후단지 투자사업을 위해 포항시청을 방문한 현대중공업 관계자 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해병대 군악대를 동원하고 공무원들이 일렬로 늘어서
▲포항시는 지난 4월 영일만 신항 배후단지 투자사업을 위해 포항시청을 방문한 현대중공업 관계자 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해병대 군악대를 동원하고 공무원들이 일렬로 늘어서 '극진한' 대접을 했다.
▲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빠져나가면서 구미공단인근 지역 원룸촌에는 빈방이 남아 돌고 있다.
▲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빠져나가면서 구미공단인근 지역 원룸촌에는 빈방이 남아 돌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죠···. "

경북의 두 산업축인 구미, 포항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현재 구미는 어렵고 포항은 현상 유지를 하는 정도다.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은 여전히 경제적 소외지대로 남아있다.

▶위기의 구미=6일 오후 구미 산업공단 1단지. 한때 근로자 수가 400명 가까이 됐던 A공장 정문에는 굵은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근로자가 빠져나간 빈 공장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한 근로자는 "일감이 줄면서 묻을 닫거나 규모를 줄이는 공장이 많아졌다."고 했다. 2005년 단일 공단 최초로 기업들이 한 해 수출 300억 달러 달성했던 구미공단의 현재 모습이다.

"구미에 가면 일자리가 있다는 것도 이젠 옛말이 됐어요." 구미의 고용상황을 묻는 말에 구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고개부터 흔들었다. 고용지표가 '최악'의 상황임을 말해준다.

6월 중 구미공단의 고용현황은 7만 4천93명. 2004년 1월 6만 8천141명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데다 최고치를 보였던 2005년 10월에 비하면 무려 6천663명이 줄었다. 한 달에 600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전망은 더욱 어둡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환율하락과 글로벌경쟁가속화 등으로 부품의 해외조달사례가 증가하고, 저가 제품 생산라인을 중국 등으로 옮기면서 지역의 중소기업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이렇다보니 대기업의 신규채용은 거의 없고, 신규투자도 정체를 빚고 있다. 덩달아 중소기업도 대기업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

구미시 관계자는 "중소기업 경우 자금과 기술, 인재가 부족하다 보니 외부환경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환율하락과 구조조정 등으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인지를 살펴보고 있으며 우수 인력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포항은 그럭저럭=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포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일 신항만과 배후산업단지개발로 향후 고용 증대가 기대되지만 저가공략에 나선 중국, 러시아 철강제품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야할지 고민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역의 산업구조도 철강에 올인하기보다 생명, 에너지 분야 등 신규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7월 현재 포항의 실업률은 2.8%로 전국 평균 3.2%보다 낮지만 직장에서 밀려나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실직 근로자수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포항지역의 실업급여 신청자는 8천570명. 2004년 4천369명이던 실업급여 수급자는 2005년에 5천765명으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할 사람은 남아돌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임금 등 근무조건이 좋지 않다보니 '묻지마 식'으로 생산직에 취직했다 6개월도 채우지 못한 채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

지역의 인터넷포탈 취업사이트 코잡 최정호 대표는 "포항의 대졸자 경우 연고 취업 희망자가 80%에 이르지만 대부분 대기업에 눈높이를 맞추다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구인-구직의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북 북부지역="희망이 전혀 없어요."

지난 1995년 18만 8천여 명이던 안동시 인구가 2005년 16만 9천 명으로 줄었다. 경북 북부지역 11개 시·군이 전국토의 11%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지방공단도 하나 없다. 이준식 안동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자고나면 폐업하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며 "분도(分道)를 하든지, 획기적인 정부대책이 있든지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고 혀를 찼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 남은 건 빈방 뿐…

"일자리가 자꾸 줄어드니….

7일 구미국가산업단지와 인접한 칠곡군 석적읍 중리의 원룸촌. 담벼락, 전봇대마다 '방 있음'이라고 적힌 광고지가 빼곡히 붙어있었다. '방값 인하'라는 현수막도 거리 곳곳에 걸려있었다.

부동산 업자 김모(37) 씨는 "작년만 해도 입주를 원하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 지금은 하나둘 빠져나가면서 빈 집이 널려있다."며 "전세가격도 6개월 만에 10~20%정도 떨어졌다."고 했다.

최근 구미공단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공단주변 경기도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지난 2000년 LG 필립스 기숙사가 들어서고 구미공단 근로자들이 정착하면서 급성장한 칠곡군 석적읍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 원룸촌마다 빈방이 남아돌고 거대한 유흥가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석적읍 중리는 2002년 이후 신축된 원룸만 해도 400채에 이를 정도였으나 최근 구미공단의 고용 감소로 전체 원룸의 30, 40%가 비어 있다.

구미공단 1단지가 있는 구미시 인의동도 마찬가지. 상인들은 '손님이 없다.'며 울상이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44·여) 씨는 "인근 점포중에 10%만 돈을 벌고 나머지는 겨우 적자를 면하거나 손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대기업들이 경영난 극복을 위해 감량 경영에 나서면서 소비심리마저 크게 위축됐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박모(29) 씨는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아 모두들 술자리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구미공단 근로자 수는 지난해 7만 9천여 명에서 현재 7만여 명으로 줄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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