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 진짜 기회

흔히들 '인생에 적어도 세 번의 기회는 있다'고 한다. 사노라면 누구에게나 자기 삶을 반짝거리게 만들 기회가 몇 번씩은 찾아온다는 뜻이겠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기회를 붙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어, 어, 하는 새 놓쳐버린 뒤 탄식할 때가 종종 있다. 기회가 왔는지 갔는지조차 모를 때도 적지 않다.

영국 웨일스에 사는 폴 포츠라는 이름의 30대 남자가 요즘 지구촌의 화제다. 볼품없는 얼굴, 불룩한 배, 후줄근한 양복차림, 어리둥절한 표정 등은 영락없는 시골뜨기 같다. 이 무명의 휴대전화 외판원이 지금 말 그대로 스타가 됐다.

11세 때 우연히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들은 이후 클래식에 빠졌다는 그는 작은 오페라 무대를 통해 실력을 다져왔다. 대형 오페라 기획사의 문을 두드려도 봤지만 냉대받았다. 이탈리아로 음악 유학도 갔다. 그러나 몇 년 전 수술과 교통사고로 노래를 부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고, 설상가상으로 수천만 원의 빚까지 졌다. 그러나 노래를 향한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침내 지난 6월, 보통 사람들이 노래 실력을 겨루는 영국 iTV의 한 무대에 서게 됐다. 시큰둥해 하던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은 그가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기 시작하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립박수가 터졌고, 사회자와 관객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우승자가 된 그는 유명 음반제작사의 제의로 첫 앨범 '원 찬스(One Chance)'를 출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언젠가 절호의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 희망이 나를 지탱한 힘이자 진짜 기회가 됐습니다." '포기하지 않은 꿈'이야말로 바로 그의 성공 비결인 셈이다.

할리우드 톱 스타 해리슨 포드가 한 말이 오버랩된다. "성공의 비결은 포기하지 않고 그 일에 끝까지 매달리는 것입니다. 내가 일하는 연예계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일을 찾아 떠났지요. 하지만 그렇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자신이 타고 온 버스에 마지막으로 남아 종착역까지 도달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인생에 적어도 세 번의 기회는 있다'는 말은 아무래도 이렇게 수정돼야 하지 않을까. '진짜 기회'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고, 준비하는 자에게만 찾아간다고.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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