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 안 한다 소문만 무성하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결국 평양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연말 대선전으로 뜨거운 정가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미국·중국을 포함한 다자간 정상회담이 추진될 경우 대권 향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담 의제=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북측과 접촉을 통해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통일부 주변에서는 그러나 정전협정을 한반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 남북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 사업 등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또 미국·중국을 포함한 다자간 정상회담의 개최도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의미=정부는 북핵 문제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이 남북정상회담의 목적이라고 꼽았다. 2·13 합의가 실천 단계로 이행되는 시기여서 북핵 문제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얘기다. 또한 양 정상의 허심탄회한 논의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가 확대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고 의미 부여했다.
정부는 또한 남북경협 및 교류협력 관계가 양적·질적으로 한 단계 진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한반도 구상'을 논의해 다음 정부에서도 상생의 화해·협력 기조가 지속되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반도 구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회담의제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담의 성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현재로선 다소 성급하다. 또한 남북관계는 미국·중국 등 6자회담 참가국의 의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양 정상의 만남만으로 획기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대선용 기획?=정치권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남북이 합작한 대선용 기획'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정상회담 발표 시기가 19일 경선을 앞둔 시점이고, 개최 시기가 경선 직후여서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남북정상회담은 사실 대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일거에 남북관계로 돌리는 메가톤급 뉴스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2월 19일 대선 이전에 다자간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할 경우 대선 판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임기와 관계없이 정상회담이 6자회담의 결과를 더욱 더 공고히 하고 진전시키는 데 필요하다."(5월 31일 AP통신 회견)고 말한 바 있는 노 대통령은 실제 대선을 고려해 정상회담을 추진했을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이 "대선일에 가까워지면 내 지지도가 40%에 이를 것"이라고 장담한 '경주발언'(지역인사들과의 모임에서 한 발언·본지 5월 16일자 보도)도 정상회담 등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일지도 모른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그러나 정상회담 추진이 대선용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자연스레 추진된 것으로 국내정치와 무관하다."고 잘랐다.
◆왜 평양?=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이뤄졌는데 왜 또 평양에서 열리느냐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회담에서 서울 답방을 약속했으나 7년간 지켜지지 않았던 만큼 서울이 마땅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그간 통일부 주변에서는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그 장소로 금강산 또는 개성공단, 제주도 등지가 꼽혔었다.
하지만 평양 개최는 김 위원장이 고집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의식해 비행기를 타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는 소문이 있는 만큼 남한행도 주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노 대통령은 2005년 신년연설에서 "상대가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제와 상관없이 응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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