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지도부·경선주자, 남북정상회담 '동상이몽'

8일 대전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경선후보들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당 지도부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지도부의 목소리와는 달리 "비핵을 전제로 한 회담이라면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다."며 수위를 낮췄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연설회 인사말을 통해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날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 뻔하다. 새 정권이 출범한 뒤 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북한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훨씬 이롭다."며 '8월 정상회담'에 반대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이날 오전 청와대 정상회담 발표 직후 논평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방식으로 열리는 회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지도부 입장과는 달리 이명박 경선후보는 "비핵화가 목적이 돼야지 치졸하게 이번 대선에 이용하려 해선 안 된다."면서도 "(정상회담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준표·원희룡 후보도 각각 연설을 통해 "북핵 해결이 빠진 회담은 한나라당 집권을 막으려는 남북한 합작 시나리오로밖에 볼 수 없다."(홍) "하필 이 시기에서 평양에서 또 하는 것은 매우 유감"(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북핵 문제가 폐기되는 회담이라면 쌍수 들어 환영한다."(홍) "평화통일 기초한 회담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 없다. 누구라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상회담을 정례화해야 한다."(홍)며 찬성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연설회에 앞서 행사장소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당 지도부와 후보자 간 긴급 대책회의에서도 지도부와 경선주자 간의 시각차는 확연했다. 지도부의 강경한 '반대' 입장과는 달리 이 후보 측은 "정상회담이 과열된 경선 분위기를 식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고, 박 후보 측도 '보수층의 표를 결집시킬 수도 있어 당 차원에서도 반드시 불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당 내부의 '따로국밥'식 행보에 비판이 일고 있다. 정상회담은 올초부터 가능성이 불거졌는데 지금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정당 지지율 70%를 자랑하면서 수권 능력을 강조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들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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