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그 유명한 모기올시다. 당신네 인간들이 그렇게나 싫어하는 바로 그 모기. 지구상에 알려진 내 동족만 무려 2천 500여 종에 이른다네. 앵앵거리는 소리에 갸날프기 그지없는 다리, 잠자리처럼 멋진 그물문양 날개나 나비처럼 우아한 날개도 없고, 그저 인간에게 해로운 전염병만 옮기는, 당신네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의 암(癌)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난 다르게 생각해. 일단 단지 귀찮고, 물리면 가려운 정도의 가벼운 존재로 취급하는게 싫어.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내 이야기를 아직 모르나보지?
이솝 우화에도 내 활약상이 실려있는데, 들어볼라우? 예전에 내 조상께서 산 속에 사실 때, 나름대로 백수의 제왕이라며 깝죽거리는 사자 한 마리가 있었어. 하늘을 나는 우리 조상께서는 까불거리는 사자 한 마리쯤은 그저 무시하고 살 만큼 배포가 큰 양반이었는데,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 잘난 척 하는거야. 그래서 예의범절을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거야. 어쩌겠수? 잠시 버릇 들이기에 나섰지. 코나 눈두덩이, 귀를 사정없이 쏘아주었더니, 글쎄 그 녀석이 정신을 못차리더군. 물론 아쉬운 점은 있지. 사자와 잠시 놀아주신 우리 조상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못된 거미 녀석이 아무런 생각없이 쳐 놓은 줄에 걸려서 그만….
우화에는 조상께서 승리감에 도취돼 거미줄에 걸렸다고 썼는데, 그건 잘못된 거야. 우리 모기 종족은 그깟 일에 승리감을 느낄 정도로 째째하지 않거든. 알런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이미 당신네 인간이 정해놓은 무서운(해로운) 동물 순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고. 물론 사자 따위를 간단하게 제압한 것을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세상 어느 동물도 우리 공격에는 못당하지.
그렇다고 우리를 그렇게 미워할 필요는 없어. 내가 에이즈를 옮기는 것도 아니고. 말라리아? 아, 물론 거기에는 내가 일말의 책임을 느끼지. 그런데 그 똑똑하다는 당신네 인간들은 아직 말라리아도 정복하지 못해서 매년 100만 명이 넘게 죽어나가나? 엄밀히 말하면 내가 문제가 아니라 말라리아, 그리고 그 놈을 죽이지 못하는 당신네가 문제지. 나는 그저 살기 위해서, 자식을 낳기 위해서 극소량의 당신네 피가 필요할 뿐이야. 사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우리 종족이 인간들에게서 얻는 피는 전체 필요량의 5% 밖에 안돼. 나머지는 자비로운 다른 동물들로부터 받는거야. 받는다는 표현에 무리가 있지만, 아무튼 당신들만큼 그렇게 까칠하게 굴지는 않거든. 그리고 환경오염 잔뜩 시켜서 우리 살기 좋은 환경 만들어놓고, 게다가 개발이니 뭐내 하면서 예전에 우리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헌혈하던 동물들을 다 깊은 산 속으로 몰아내고 죽여버린게 대체 누구야?
나를 못 죽여서 안달을 하는데, 제발 진정하고 당신들을 돌아보라고. 마지막으로, 협박하는 건 절대 아니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자면, 우리는 절대 안 죽어. 오히려 지구는 따뜻해지고 더러운 물 웅덩이는 갈수록 늘어나고, 어디로 도망도 못치면서 고스란히 피를 헌납하는 좁은 사육장 속의 동물들이 넘쳐나고 있거든.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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