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축 늘어지는 여름날이다. 매미는 부지런히 울어대지만, 그 부지런한 외침조차 게을러터진 웅얼거림 같다. 이런 날엔 책상이나 소파를 버리고 게으른 자세로 책을 읽어야 제격이다. 한가한 마음으로…. 읽고 싶으면 읽고, 잠이 오면 잠을 자자. 그러다가 또 잠에서 깨면 다시 읽고…. 친구가 찾으면 즉시 책장을 덮고 달려나가야 한다. 억지로 읽지 말고. 어떤 작가의 책이 좋을까? 일단 막힘 없이 술술 읽혀야 하고 분량도 길지 않아야겠다. 그러나 다른 건 다 몰라도 재미는 있어야 한다. 재미있고 헐렁한 그러나 알맹이 있는 책을 읽어보자.
▲ 성석제=성석제!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는 작가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우스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고, 한참 웃다보면 '이게 뭐지? 뭐야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라는 울림을 받게 된다. 킬킬거리며 잘 읽었는데 무엇인가 '쿵!' 가슴을 때린다. 그게 뭐냐고? 글쎄 그런 게 있다. 때때로 설명하기 힘든 것들이 훨씬 강력하게 와 닿는 경우는 흔하다. 성석제는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가볍게, 우습게 드러내는 작가다. 별 것도 아닌 해외 작가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청년 독자들이, 그저 '한번 읽어주지' 하며 잡았다가 충격을 받게되는 작가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성석제 작가의 소설을 읽다가 너무 우스워서 지하철에서 내려야 했다.'고 한다. 그녀는 '종일 웃으며 읽었는데 그 안에는 우스운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더라.' 고 말한바 있다.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조동관 약전'쾌활 냇가의 명랑한 곗날 ▷ 즐겁게 춤을 추다가 ▷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등.
▲ 김형경=이 작가는 버스나 지하철을 함부로 이용할 수 없다. 워낙 매력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어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같은 차에 탄 남자들이 빤히 쳐다보기 일쑤고, 그러다 보면 그 남자의 배우자나 애인쯤 되는 여자가 뜯어먹을 듯이 이 여성 작가를 노려보기 때문이다.
김형경은 바로 이 순간의 인간심리를 포착해내는 작가다. 감히 내 앞에서 낯선 여자를 바라보는 내 남자, 이에 분노하는 여자. 이럴 때 여자 혹은 아내는 누구에게 분노를 쏟아내야 할까? 마주 앉은 낯선 여자의 머리카락을 뜯어야 할까? 남편의 눈을 찔러야 할까? 아니면 자신의 남루한 얼굴과 졸렬한 마음에 매스를 대야 할까? 사람과 사람의 일은 관계 속에서 생겨나고 발전하고 사그라진다. 관계에 대한 절절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김형경의 작품이 좋다. 공허한 마음을 달랠 뿐만 아니라 나와 상대를 제대로 보는 기회도 된다. ▷ 천개의 공감 ▷ 사람풍경 ▷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 담배 피우는 여자 등이 있다.
▲ 박민규=밤에도 선글라스를 끼는 사람, 손이 여자처럼 부드러운 작가다. 그의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 소설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삼미슈퍼스타즈'. 1982년 프로야구의 출범과 함께 인천과 강원도를 연고지로 탄생한 구단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 '슈퍼맨'을 마스코트로 삼았던 삼미. 그러나 이 팀은 창단부터 매각까지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어려운 공은 포기하는' 세상에서 가장 허약한 팀이었다. 그러나 박민규는 '승률 1할 2푼 5리'의 경이로운 성적을 올린 '맛이 간 팀'을 진정한 '슈퍼스타'로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뭐 하나 내세울 게 없었던 평범한 우리도 '스타'라고 우길 수 있게 됐다. 아무렴, 열 번 붙어서 한 번쯤이야 이기지 않겠는가? 삼미는 그러고도 슈퍼스타가 됐지 않은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작가, 박민규'는 오늘도 흐느적흐느적 글을 쓸 것이다. ▷ 핑퐁 ▷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카스테라 ▷ 지구영웅전설 등이 있다.
▲ 성장소설=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공감하며 읽기에는 성장소설도 좋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고, 차이와 함께 공통점도 가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성장소설로 ▷ 은희경의 '새의 선물' ▷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조영아의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 ▷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 로버트 뉴턴 펙의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등이 있다. 성장소설의 경우 작가의 데뷔작이 되거나 데뷔 초기에 쓰는 경우가 많다. 세련미는 다소 떨어질지 모르나 그만큼 현실감이 있고, 솔직하게 와 닿는 경우가 많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