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기 퇴치법

옛 어른들의 도덕과 선행을 기록한 '명륜록'(明倫錄, 1898년)에 보면 '조문효도'(蚤蚊孝道)라는 말이 나온다. '조(蚤)'는 벼룩, '문(蚊)'은 모기를 뜻하며, '조문'은 피를 빨아먹는 벼룩, 빈대, 모기 등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조문효도는 자녀들이 나이 많은 부모님 곁에서 웃통을 벗고 함께 잠을 자는 것을 말한다. 벌레를 자신쪽으로 유인해 부모님이 벌레에 물리지 않도록 효도한다는 뜻. 요즘에야 웃고 넘길 일처럼 들리지만 모기 퇴치제가 없던 그 시절에 얼마나 모기에 시달렸으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 싶다.

일일이 모기를 죽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모기를 쫓아낼 수 밖에 없다.

◇ 초음파로 쫓아내기

현재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모기 퇴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기가 싫어하는 주파수 대역을 휴대폰 스피커로 내보내 모기를 쫓는 원리. 무선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을 다운받기만 하면 된다. 통화료 부담도 없다.

인터넷 쇼핑몰에도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G마켓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초음파 퇴치기'는 수모기의 날갯짓 소리를 닮은 음파를 내보내 암모기를 쫓는다. 사람의 피를 빠는 것은 교배가 끝난 암모기. 암모기는 교배할 때를 제외하고는 수모기를 기피하기 때문에 수모기 날개소리를 들으면 멀리 피한다고 한다. 귀여운 열쇠고리 형태로 된 제품도 있다. 스위치를 한번 누르면 50초 주기로 사람은 들을 수 없는 음파(10~55Hz)를 발산해 반경 1.5m까지 모기의 접근을 막는다. 두번 누르면 수면모드로 바뀌어서 반복 주기가 두 배로 느려진다. 평소에 시계로 쓰다가 '모기 퇴치 모드'로 바꾸면 특정 음파를 내는 제품도 있다.

◇ 자외선으로 유인하기

자외선은 초음파와 정반대 원리로 모기를 끌어들여 전기로 감전시켜 없애는 방식. 모기뿐 아니라 파리나 나방 등 각종 날벌레를 없애주기 때문에 창문 등 입구에 설치하면 좋다. 램프에서 방출되는 자외선으로 램프 전면에 설치돼 있는 금속 철망까지 모기 등 날벌레를 유인해 감전사시킨다.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과 램프의 은은한 조명기능을 보태 인테리어 효과도 좋다. 다만 모기 등 날벌레의 사체가 아래 쪽에서 쌓이기 때문에 자주 치워줘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가격대는 7천 원선에서 6만 원대까지 다양한다. 대부분 전원에 플러그만 꽂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전조등으로 활용도 가능하다. 자외선뿐 아니라 인체와 비슷한 열과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모기를 유인한 뒤 제거하는 해충 퇴치기도 올해 새롭게 등장했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많은 날벌레를 유인하는 단점도 있다.

◇ 허브로 쫓아내기

값도 싸고 인체에도 무해한 모기 퇴치법으로 허브가 있다. 특히 구문초는 모기를 쫓는 풀로 알려지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로즈제라늄으로도 불리며, 2~4평 안에 있는 모기나 파리 등을 쫓는 효과가 있다. 가격은 1만 원 정도로 저렴한 편. 원래 모기향의 원료로 쓰였던 구문초는 화장수, 화장품, 향수 등의 원료로도 쓰이며, 잎과 줄기는 말려서 목욕재나 베갯속으로도 활용한다. 구문초에서 추출한 기름은 미국 EPA(환경보호국)에서 무독성 물질로 분류할 만큼 무해하다. 페니로얄민트도 해충을 쫓는데 효과가 있다. 이 식물은 모기'벼룩 등 집안의 해충을 막는 데 유용하며 실내용 화분초로도 좋다. 이밖에 천연 허브 스프레이 제품도 인기가 높다. 최근 한 온라인 마켓에서는 기존 에어졸이나 모기향 제품 판매량의 5배를 넘어서기도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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