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 이집트 벨리댄서 아하마드 부부

"한국 벨리댄스 느낌보다 기교로 춤 춰"

▲ 이집트 정통 벨리댄서 아하마드 압둘 아짐 씨와 그의 한국인 아내 김경민 씨가 벨리댄스 복장을 하고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 이집트 정통 벨리댄서 아하마드 압둘 아짐 씨와 그의 한국인 아내 김경민 씨가 벨리댄스 복장을 하고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이집트인 아하마드 압둘 아짐(43)과 한국인 김경민(44) 씨.

6시간이란 두 나라 시차만큼이나 서로 달라 보이지만, 두 사람은 부부다. 멀고 먼 나라의 두 사람의 인연은 서울의 63빌딩에서 시작됐다. 1995년 김 씨는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아하마드 씨는 '이집트 문명전' 공연단장으로 와 있었다. 김 씨가 아하마드의 춤추는 장면을 보고 첫눈에 반했단다.

이후로 두 사람의 관계는 일사천리였다. 2개월 정도 사귀다 결혼했고 바로 이집트로 가 신혼 보금자리를 틀었다. 그곳에서 10년 가까이 살았다. 이집트에서도 국제결혼, 특히 한국인과의 결혼은 흔치 않은 일이었고, 한국은 더더욱 그랬다.

"(당시) 대사관에 알아보니 (이집트 남자와 결혼한 게) 제가 여덟 번째더군요. 그 중에 6쌍은 3, 4년 내지 5년 안에 다 헤어졌더라고요."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김 씨는 이집트 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지만, 아하마드 씨도 한국 생활이 처음부터 녹록했던 것은 아니었다.

"언어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너무 낯설었다. 적응이 너무 안 돼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한 뒤 공연 일정이 끝나자마자 고국으로 날아갔다. 지난 2004년 한국으로 돌아와 대구에 정착하면서는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했다. 경상도 특유의 억센 말투 때문이었다. 김 씨는 "(남편이) 화내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일러준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동네 아저씨들과 어울려 소주도 마실 만큼 한국 문화에 익숙해졌다. 한국말도 많이 배웠다. 아랍어와 영어 그리고 우리말을 섞어 쓰지만, 의사소통에 크게 불편이 없을 정도다. 아하마드 씨는 "한국 사람들에게 갈수록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인정이 많고(hearted) 편안하고, 마음씨가 좋으면서(nice mind) 조용하다는 점을 든다. "아내의 나라는 곧 내 나라입니다." 내년에 요건이 갖춰지는 대로 아예 한국인으로 귀화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현재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벨리댄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선생은 아하마드, 김 씨는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김 씨는 '두 사람 다 춤을 가르치다가 싸움이라도 할까 싶어' 춤은 배우지 않았다. 보고 즐기기만 한다.

아하마드 씨는 벨리댄스 교육과 안무, 음악까지 도맡아 한다. 무대에 직접 오르기도 한다. 이집트에서도 실력 있는 벨리댄서이다. '탄누라(치마) 댄스' 무형문화재로 카이로 아메리스(Americe) 대학 벨리댄스 교수로도 재직했다. 매년 6월 말부터 열리는 이집트벨리댄스페스티벌에서는 강사로, 그리고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정통 벨리댄서의 눈에 한국의 벨리댄스는 어떨까? 아하마드 씨는 "너무 기교에 신경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이집트 정통 벨리댄스와는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제일 중요한 것은 느낌(Feeling)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몸만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것이 아하마드 씨의 지적이다.

지난 7일 두 사람은 사단법인 이집트국제벨리댄스협회 발기식을 열었다. 이집트 정통 벨리댄스를 더욱 널리 보급하기 위한 단체를 키워야 할 필요성에서다. 정식 인정을 받은 뒤에는 이집트 현지 강사를 초빙해 국제워크숍도 열고, 대회도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생각이다. 현재 진행 중인 봉사활동도 더욱 넓혀 나갈 계획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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