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新성장동력 E-클러스터] ⑥연료전지

일본에선 이미 연료전지 자동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 31일 찾은 일본 도쿄 중심부의 연료전지개발정보센터(FCDIC). 회원사들에게 연료전지 최신 개발 동향과 분야별 협력 방안을 제시해주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가즈노 고세키 사무국장은 "여타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연료전지의 경우 업체의 기술이 공개되는 경우가 잘 없어 회원사들이 정보 획득에 목말라 하기 때문에 조그마한 자료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회원들에게 전달해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태양광 발전과 함께 일본의 연료전지 기술 수준도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부존자원이 부족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본을 세계 최고 기술 보유국으로 만든 것이다.

지난 2월 일본의 닛산 자동차는 신형 수소연료전지 밴 자동차를 일본 운수회사 가나가와 도시사에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연료전지 자동차가 승객을 위한 영업용으로 제공된 것은 세계 최초. 세계 에너지 업계는 연료전지 기술의 본격적인 상용화가 시작된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도쿄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혼다자동차 기술연구소. 도요타와 닛산을 제치고 1위 자리를 넘보는 이 회사는 연료전지차 개발에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공개를 꺼리고 있다.

도요타도 1천 명 이상의 연구진이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술 개발이 얼마나 돼 있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두환 센터장은 "세계적 조류로 볼 때 자동차 회사가 연료전지를 개발하지 않는다면 20년 이후 생존을 포기한 것과 같다."며 "연료전지는 반도체를 능가하는 하나의 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료전지는 크게 산업용 발전용 자동차용 가정용 휴대용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가장 기술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는 것이 자동차용.

FCDIC 관계자들은 일본이 연료전지 자동차 분야에서 확실한 1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0년 5만 대에서 2020년 500만 대, 2030년 1천500만 대로 증가시킨다는 야심 찬 계획을 실행 중이기 때문.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연료전지 개발 경쟁은 소리 없는 총성처럼 전개되고 있다. 석유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머지않아 고갈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대체 연료 가운데서도 가장 각광받는 연료전지를 개발하지 않고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직 실적이 미미하기는 하지만 가정용도 상승세를 탄다. FCDIC에 따르면 가정용 연료전지 보일러 보급실적은 2005년 480건, 2006년 777건, 올해는 930건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보조금이 지급된 건수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가정용 연료전지 보조금 사업이 시작된 이후 올해 말까지 2천187건이 공급될 예정.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은 1대당 350만 엔 정도.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보일러 가격이 1대당 800만 엔이므로 나머지 금액은 각 가정에서 연간 6만~10만 엔을 내고 리스를 해서 사용한다.

비용은 10년간 리스계약을 통해 월 6천~9천 엔 정도를 보일러 제공업체에 낸다. 코스모 석유 그룹장인 마사루 나카바야시 씨는 "이 보일러를 사용하면 한 달 평균 가정 전기료가 15.3% 정도 줄어들며 에너지 사용이 많은 가정은 26.7%까지 감소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중산층 가정의 3인 가족 기준 전기 가스료 등 에너지 사용료는 2만 엔 정도. 나카바야시 씨는 "언뜻 보면 절약액이 미미한 것 같지만 수명이 반 영구적이기 때문에 리스가 끝나면 큰 이득이 된다."고 연료전지의 장점을 설명했다.

2020년 일본이 목표로 하는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자동차용 9천억 엔, 가정용 2천575억 엔, 업무용 1천23억 엔, 초소형 연료시스템 145억 엔.

난관도 존재한다. 연료전지가 계획대로 보급되려면 주유소가 늘어나고 수소를 사용하는 특성상 폭발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보관 기술이 발달해야 하지만 현재는 이 기술이 미약하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부설 연료전지연구센터 요시로 오와다노 박사는 "도쿄 근교에만 8개의 수소 주유소가 있지만 연료전지 보급을 확대하려면 주유소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기술 개발 속도로 볼 때 수년 내 문제점이 상당 부분 해결되면서 연료전지는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남은 숙제는 상업화" FCDIC 가즈노 고세키 사무국장

일본연료전지개발정보센터(FCDIC) 가즈노 고세키 사무국장은 "일본의 수소연료전지 실험 프로젝트는 1기(2002~2005년)를 거쳐 지난해부터 2010년까지 2기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2기의 목적은 연료전지의 상업화와 대중화"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나라들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놓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국과의 기술 수준 차이를 묻는 질문에 "한국도 IT 업체들의 눈부신 성과를 바탕으로 기술력이 좋아졌다는 업계의 평가가 있다."는 말로 피해 나갔다.

태양광 발전은 이미 기술 수준이 많이 올라가 있어 지원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연료전지는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발전 속도가 갈수록 가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5월 업계와 논의를 거쳐 '차세대 자동차·연료 이니셔티브'라는 제목이 붙은 에너지 미래 전략 계획을 발표했다.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만 320억 엔을 투입한다. 이미 54대의 자동차를 시험운행하는 일본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가격을 일반 자동차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기술 개발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지는 않고 있어 목표대로 될지는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지만 연료전지가 신재생에너지의 주요 대안이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 요코하마엔 벌써 전시장…세계 최초 연료전지파크 JHFC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자리잡고 있는 JHFC(Japan Hydrogen & Fuel Cell) 파크는 세계 최초의 연료전지자동차(FCV)와 연료전지 주유소가 결합돼 있는 전시시설이다. 2003년 3월 개관한 이래 연간 3만 명 정도의 방문객이 다녀간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선진국 일본을 벤치마킹하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더 많다고 한다.

도요타, 혼다, 닛산을 비롯한 자동차 회사와 기계 전자업체 등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후원이 대단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실시하는 수소연료전지 실증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연료전지를 실용화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해외 전시회도 수시로 개최한다.

이곳의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계절별로 시행하는 전시 자동차 시승체험.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체험을 위해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불과 1시간 만에 수천 명이 몰려 주최 측이 별도의 행사를 계획 중이다.

이곳에 전시된 연료전지 자동차는 최고 속도 150km를 낼 수 있으면서도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에 의한 전기에너지를 연료로 쓰기 때문에 소음이 없는 것이 특징. 히사시 야노 관장은 "방문객들에게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표준화를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이곳을 설립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관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10~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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