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의 한 첨단정밀업체 대표는 9일 금리가 올랐다는 신문을 보면서 숨이 턱 막히더라고 했다. 한국은행이 과잉유동성을 언급하면서 금리를 올린다고 얘기했다는데 도무지 산업현장을 알고 이런 얘기를 했는지 의문스럽다는 것.
"과잉유동성요.? 중소기업은 돈 구경을 못하는데 어찌 과잉유동성이죠.? 금리가 자고 나면 오르는데 은행 대출금 이자를 어찌 감당해야합니까.? 우리 같은 수출기업은 환율이 900원 대로 내려앉으면서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환차손까지 겪고 있는데 이제 대출금 이자까지 오르니 참 황당합니다. 현장을 모르는 '책상머리 경제 정책'에 분통이 터집니다."
한달에 600만 원 안팎의 은행 이자를 내고 있다는 이 사람은 콜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부담이 연간 수백만 원 더 늘게됐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일 콜금리를 5.00%로 0.25%포인트 인상하자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산업현장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경기부진 장기화 ▷원자재값 폭등 ▷환율하락이라는 3중고를 겪는 기업들에게 이자폭탄까지 떨어뜨린 격이라며 발끈하고 있는 것.
콜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의 대구경북본부가 지난달 대구경북지역 제조업경기를 조사한 결과, 업황 BSI가 76을 기록하면서 전달(83)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이달 경기를 전망하는 8월 업황전망 BSI 역시 7월(84)에 비해 이달(81)이 오히려 더 나빴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내내 은행들이 엄청난 대출 늘리기 경쟁을 펴면서 많은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들이 금융권 차입을 늘렸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조사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대구경북지역 예금은행들이 기업들에게 빌려준 돈은 30조7천948억 원에 이르며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0.3%나 폭등했다. 이른바 '이자폭탄'이 떨어짐으로써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강도가 더 커진 것.
더욱이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신용보증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10%가 넘는 금리를 부담하는 기업들이 엄청난 숫자라고 중기협중앙회 측은 주장하고 있다.
또 '세계 원자재의 블랙홀 중국'으로 인해 원자재값이 최근 폭등하면서 대다수 원자재 가격이 최근 10년새 최고치를 기록,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가는 실정이다.
한국수입업협회(KOIMA)가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수입원자재 가격지수인 코이마지수가 지난 6월 253.94를 나타내면서 전달보다 0.33%포인트 상승, 코이마지수가 산정되기 시작한 199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조금이라도 유보자금이 생기면 원자재 구하는데 다 써버리는 형편이라고 기업들은 얘기하고 있다.
게다가 환율하락으로 수출제품 단위당 벌어들인 이익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인 수출채산성이 2004년 4.4분기의 83.5에서 올해 1.4분기의 75.2까지 10분기 연속으로 하락, 2개월 연속 콜금리 인상은 수출기업의 경영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 성서공단의 한 금융권 대출담당자는 "금리인상으로 인해 기업들이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대구경북지역 주력업종인 자동차부품의 경우, 대기업의 납품가 인하요구 때문에 워낙 영업이익이 낮은 상황이라 이자부담 증가는 기업들을 더욱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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