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매주 수요일 경남 창원에서 대구로 올라온다는 정명희(28·여) 씨. 정 씨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 대신 대구의 공무원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대구에 공무원 준비생들이 많아 관련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씨는 "마산·창원지역에도 공무원학원들이 있긴 하지만 숫자가 너무 적어 괜찮은 학원 선택이 어렵다."며 "나처럼 다른 지역에서 대구로 와서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대구가 공무원 준비생과 학원이 넘쳐나는 '공무원학원 도시'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1인당 GRDP(1인당 지역 내 총생산)가 10년 넘게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장기간에 걸친 경기 침체로 이렇다 할 일자리가 없는데다 대학도 많아 공무원 선호도가 다른 도시에 비해 눈에 띄게 높은 것. 이에 대구에 학원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호황을 맞으면서 주변 도시 취업준비생들도 대구로 몰려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대구의 공무원학원 수는 2001년 8곳이던 것이 2002년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현재는 23곳으로 급증했다. 이는 1인당 GRDP 전국 1위인 울산 13곳, 경남 마산·창원 12곳 등에 비해 10곳 이상 많은 수다.
경북대에 따르면 2007년 졸업자 3천940명 중 순수 취업자는 2천1명. 이 가운데 학교·공공기관·행정기관에 취업한 숫자는 314명으로, 전체취업자의 15.7%에 이른다. 해당 지역 출신자만 응시 가능한 지방공무원 임용 시험 응시 경쟁률도 지난해 대구가 78대 1로, 울산시의 25.8대 1보다 3배 정도 높았다.
이는 1인당 GRDP 등 대구의 경기 침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의 2002년 지역별 경제 현황에 따르면 전국 1인당 GRDP를 100으로 했을 때 대구는 65.4로, 울산 219.3보다 3배 이상 낮았다. 또 지난해 상반기 대구 5인 이상 사업체의 1인당 월 평균급여총액은 173만 3천437원(연봉 2천80만 원 수준)으로, 전국 평균임금 199만 9천450원(연봉 2천400만 원 수준)에도 못 미쳤다.
이와 관련, 이춘근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구에 번듯한 직장이 없다 보니 대학생들이 자연스레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그 수요에 맞게 학원 등 공급이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대구의 1인당 GRDP가 낮은 이유도 있겠지만 대구가 교육도시라는 것도 공무원 선호도가 높은 한 이유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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