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바버라 모건

살짝 아래로 처진 선한 눈매, 활짝 웃을 때 양 뺨에 파이는 깊은 주름들…. 주황색 우주복만 아니라면 마음씨 좋은 이웃 아줌마처럼 평범하고 친근한 인상이다.

지난 8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엔데버호가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 커내버럴 발사기지에서 하늘로 솟구쳤을 때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은 21년 전의 악몽이 되풀이될까 두려워했다. 그러나 엔데버호는 발사 후 73초(챌린저호 폭발 시점)를 무사히 넘기고 힘차게 우주 속으로 날아갔다.

어쩌면 이번 엔데버호는 미국 우주 프로젝트 사상 가장 감동적인 이벤트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승무원 7명 중 홍일점인 바버라 모건(56)의 감동적인 라이프 스토리 때문이다. 1986년 챌린저호 탑승 '우주인 선생님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최종 심사에서 동료 교사 크리스타 매클리프에 밀려 고배를 마셨던 그녀는 말하자면 우주비행사 三修生(삼수생)이다.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공중 폭발, 승무원 전원이 산화했다. 2003년엔 컬럼비아호의 폭발 참사가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웬만하면 중도 포기할만도 했겠지만 모건은 달랐다. 1998년 정규 우주비행사 자격을 획득했고, 2년간의 훈련, 7년간의 지상 근무 경험 등 차곡차곡 준비를 해왔다. 그 열정이 나사를 탄복하게 만들었다. 이제 모건은 사상 첫 '우주-지구 원격 수업'의 우주 교사로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참이다.

모건의 감동 극복기는 얼마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리사 마리 노웍 스캔들로 인한 여성 우주비행사의 불명예도 회복시키고 있다. 작년 7월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했던 노웍은 동료 우주비행사를 짝사랑하던 나머지 연적을 납치'살해하려다 경찰에 체포됐었다.

마침 우리나라도 작년 12월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로 뽑은 고산'이소연 두 사람을 두고 이달 말경 정'부 후보 최종 선발을 하게 된다. 누가 되더라도 나머지 한 명이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 21년을 기다린 모건도 있지 않은가.

라틴 경전에 '걸음을 멈춘 자는 새로운 길을 발견하지 못한다'고 했다. 쉬 포기하고 절망하는 나약한 현대인에게 바버라 모건은 새로운 역할모델이 되고 있다. 잊혀 가는 가치관-'불굴의 열정'을 가르쳐 주는 교사로서….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