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비켜 서 있다. 화려한 도심의 이면, 세상의 난한 흔적들이 쌓인 골목길에서 와이셔츠를 찢어 상처를 싸맨다. 그리고 시커먼 그 곳에서 손바닥만한 하늘을 올려다 보며 온기를 고대한다.
200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조용한 가족'으로 등단한 이동호(41) 씨가 첫 시집 '조용한 가족'(문학의전당 펴냄)을 냈다.
'…/작년, 두 사람이 일층으로 순간 이동했다/올해는 벌써 두 명분의 숟가락이/고층에서 주인을 퍼다 버렸다/…'('조용한 가족') '복도에게 사표를 내는' 극빈의 공간에서 그는 침묵의 광신도 같은 절망을 삼킨다. 자살을 택한 이들의 절박함 처럼 그의 시어도 골목길의 끝, 어둠을 들여다 본다.
박제된 늑대의 녹슨 살기에('늑대'), 자신의 말에 늘 찔리는 상록 침엽수('수화')가 되어 연어가 걸어다녔던, 조약돌이 굴러다녔던 흔적의 무수한 줄무늬 발자국('손 위의 지도')을 따라 이끼보다 탁한 목숨을 부지하는 식물인간('우산이끼')의 비극미를 그린다. 피가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시어 속에서도 그는 '열고 들어갈 사람이 있다는 것은 열고 들어올 사람이 있다는 거다'('저녁의 문')며 삶을 다독인다.
마흔을 넘어 낸 첫 시집에 그는 "흐르고 흘러서 가장 낮은 곳에 고이고 싶다."며 "내가 고인 곳으로 물고기가 이사와 살고, 가장 높이 나는 철새들이 이주해 올 것을 믿는다."고 서문을 쓰고 있다.
김천에서 태어나 그는 대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제6회 '시산맥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부산 신라중 교사로 재직중이다. 135쪽. 7천 원.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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