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조용진 지음/해냄출판사 펴냄
IMF 경제위기를 맞기 전까지 남자들이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 가운데 하나가 '과거는 용서해도 못 생긴 여자는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모지상주의 단면을 보여주는 말이다. 한국 사회에는 여러까지 '~짱' 열풍이 불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것이 '얼짱' 열풍이다. '얼짱' 열풍을 뒷받침하듯 한국은 성형 천국이다.
누구나 미인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면 미인이란 무엇일까. 미술학과 해부학을 함께 연구해 온 조용진 한남대 객원 교수는 20년간 연구 성과를 정리한 책을 통해 그 물음에 답한다.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미인을 인지하는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이 미인으로 인정받는지, 미인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얼굴형, 이목구비 등에는 어떤 기준이 있고 우리는 어떤 얼굴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지, 미인은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갖는지 등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인은 '쾌감유발자'이며 쾌감의 원인은 아름다운 눈동자, 붉은 입술, 오똑한 콧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인을 대하는 사람의 머릿속에 형성되어 있는 관념에 잘 부합해야 미적 평가가 높아진다는 것. 어떤 얼굴을 보았을 때 쾌감이 증가하도록 뇌 상태가 준비되어 있는지가 미의 판별 조건이라는 해석이다.
또 미인은 이성을 관장하는 좌뇌와 감성을 주관하는 우뇌, 야성을 일으키는 뇌간을 균형 있게 자극하는 존재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현대 한국인들은 우뇌를 통해서만 미인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판단을 그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인을 보면 뇌의 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뇌의 기본 상태가 바뀌게 된다. 뇌의 기본이 바뀐 상태에서는 판단의 성질도 달라지기 때문에 미인의 용모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좌뇌를 활용해 미인을 보는 연습이 필요하며 현대 한국인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미인형은 육체뿐 아니라 내면까지도 아름다운 '참 미인(호모 풀크리투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인류학적으로 남방계형과 북방계형은 각기 미모를 상승시키는 인자와 미모를 방해하는 인자를 모두 갖고 있어 어떤 점을 보완하고 발달시켜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남방계형은 길고 진한 눈썹, 큰 눈, 긴 속눈썹, 가로로 넓은 이마, 요철이 뚜렷한 얼굴, 두툼한 귓불 등이 조합되면 미모도가 높아지지만 많은 체모, 검은 피부, 짧은 목, 두터운 피하지방, 좁은 눈두덩 등은 미모를 해칠 수 있으며 북방계형은 큰 키, 갸름한 얼굴, 흰 피부, 훤한 인상과 함께 작고 가는 눈, 짧은 속눈썹, 가로가 좁은 이마, 큰 턱, 평면 얼굴 등의 미모 방해 인자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현대 한국인들의 자기 얼굴 만족도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진 고유한 인상 특성인 작은 눈, 낮은 코에 대한 불만을 많이 표시한 것을 볼 때 한국인들은 한국인다운 얼굴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저자는 연령대별로 좋아하는 얼굴형에 대한 분석도 내놓았다. 조선시대 맏며느리로 대변되는 전통적 미모관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의 60, 70대 고령층은 안면구조비가 상안하안=상한형을 선호한다는 것. 눈을 위로 떠서 눈은 렌즈에 가깝게 턱은 멀어지게 찍는 얼짱 각도 촬영술에 대해서는 눈을 크게 부각시키는 한편 턱은 작게 만들어 전체적으로 얼굴을 볼록하게 보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어 납작한 한국인의 얼굴 약점을 감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미인과 보통 사람의 얼굴을 자로 재어보면 2~5㎜ 정도의 계량적 차이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표정과 인상을 잘 관리하면 누구나 미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얼굴을 수치화했을 때 표정 없는 미인 얼굴에서 나타난 입꼬리 수치와 일반인의 웃는 얼굴에서 나타난 입꼬리 수치가 비슷하기 때문에 일반인도 자주 웃으면 미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인류학적 계통에 따른 미인형, 용모·인상에 따른 미인형, 아내감과 며느릿감 미인형의 차이 등에 대한 설명을 사진과 함께 싣고 있다. 432쪽, 2만 9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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