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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인생 U턴…늦깎이 인생 김환식 대표

▲ 37세에 창업, 44세에 석사학위, 48세에 시인 등단. 철저한 준비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김환식 씨는 결코
▲ 37세에 창업, 44세에 석사학위, 48세에 시인 등단. 철저한 준비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김환식 씨는 결코 '늦깎이 인생'이 아니라고 말한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늦깎이 인생(人生)'이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 대기업 합격자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의사, 변호사, 한의사 등 전문직에 도전하기 위해 뒤늦게 관련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늙은 학생'들도 많다. 적지 않은 나이에 창업해 남다른 열정과 노력을 통해 성공하는 늦깎이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손금보기' 등이 실린 시집 '낙인'을 발표한 김환식(49·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주)한중 대표. 영천시 채신동 채신1공단에서 연 매출 300억 원, 종업원 180여 명에 이르는 자동차부품업체를 경영하는 그는 2006년 '시와 반시'를 통해 등단한 늦깎이 시인이다. 등단만 늦은 게 아니다. 15년이나 밤에 학교를 다닌 만학도(晩學徒)였고, 10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30대 후반에 회사를 차려 성공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늦깎이 창업 준비는 착실하게

영천시 고경읍 한 농가에서 3남1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김 대표. 경북공고 야간부를 다니던 그는 고교에서 배운 토목 실력을 살려 포항제철 공사현장에서 첫 직장을 구했다. 일을 하면서도 밤에는 포항실업전문학교(지금의 포항1대학)를 다녔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晝耕夜讀)을 실천한 것.

24세이던 1982년엔 공무원이 됐다. 경상북도 9급 공채시험 합격자 900여 명 중 1등으로 합격했다. 포항시 죽장면사무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김 대표는 영일군청(지금의 포항시청)과 영천군청 등에서 기술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1991년 1월 공무원을 그만뒀다. 10년8개월 만이었다. "공무원으로 열심히 일해도 그 울타리를 벗어나기 힘들더군요. 뭔가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공무원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부인과 두 아이를 거느린 가장이란 책임감에 스스로도 숱하게 고민했지만 부인의 격려에 마음을 다잡았다.

농공단지 관련 업무를 하던 그는 기업인들과 많이 접촉하면서 중소기업 컨설팅을 창업 아이템으로 골랐다. 방송통신대를 다니던 그는 경북산업대 경영학과에 편입, 경영지도사 자격증도 따며 창업에 대비했다. 늦깎이 창업이었던 만큼 공무원을 그만두기 3년 전부터 착실하게 준비를 해왔다.

퇴직금 1천480만 원으로 창업한 한국중소기업컨설팅은 3년간 전국의 수십여 개 컨설팅 업체 중 실적 1위를 차지하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다.

▶44세 석사학위, 48세 시인등단

직원들에게 '잘나가는' 컨설팅 업체를 물려준 김 대표는 1995년 8월 자동차부품업체인 (주)한중을 창업하며 다시 한번 늦깎이 인생에 도전했다. "토목회사 직원-공무원-컨설팅업체 대표 등을 거치며 어느날 갑자기 사표를 내거나 창업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일하는 분야를 토대로 몇 년간 꾸준하게 준비를 한 것이지요."

자동차 램프 부품, 의자 열선 장치, 에어백 감지 센서, 엔진충격 흡수장치 등을 만드는 한중은 창업 12년 만에 연 매출 300억 원의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내년부터는 매년 30~4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2011년엔 매출 1천억 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위기도 있었다. "외환위기때 주거래은행인 대동은행이 갑자기 문을 닫아 한 달간 돈을 찾지 못하는 등 금융거래가 올 스톱됐지요.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한 친구는 퇴직금까지 털어 1억 5천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빌려줬어요." 그는 1991년에 받은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지 않고 아직도 그대로 쓰고 있다. "제가 상대방에게 '나를 믿어달라.'고 하는 것보다 제3자가 '그 사람 믿을만하다.'고 한마디 해주는 것이 훨씬 위력이 큽니다."

김 대표는 1995년 서른일곱이란 늦은 나이에 '산다는 것'이란 시집을 처음으로 냈다. 이후 2005년 '낯선 손바닥 하나를 뒤집어 놓고', 2007년 '낙인' 등의 시집을 더 냈다. 정식 등단은 2006년에서야 이뤘다. 2002년엔 경북대 대학원에서 인사관리로 석사학위도 받았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신입사원 평균 연령도 고령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취업난이 고착화하면서 신입사원들의 입사 나이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과 함께 30세 이상 대졸 직장인 1천81명의 첫 직장 입사 나이를 조사한 결과 1998년 이후 첫 직장을 잡은 신입사원 중 30세 이상자가 23.8%로 1998년 이전의 10.3%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반면 24세 이하는 1998년 이전 24.2%에서 이후 11.3%로 그 비율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의 평균 연령도 1998년 이전 26.5세에서 1998년 이후 28.5세로 두 살 더 많아졌다.

공기업에서 신입사원 채용 때 나이제한을 없애는 '열린 채용'은 2004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학력·연령을 모두 폐지한 공기업은 20곳이 넘었다. 2005년부터 나이 제한을 없앤 한국전력의 경우 30세 이상 신입사원이 2004년 2%에서 2005년 10.6%로 늘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2005년 8%에서 지난해 12%, 올해는 21%로 크게 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직(前職)의 노하우와 인맥을 살려 업무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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