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생의 땅 가야산] ⑦가야산의 여름

우리 민족처럼 산(山)을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인자요산(仁者樂山)이란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금강산처럼 계절마다 산의 이름을 달리 부르며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끈끈한 유대를 맺고 있는 것이다. 등산인구가 1천만 명에 이를 만큼 우리 민족에게 산은 친구이며 애인 같은 존재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산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사람들을 맞는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산의 모습에, 인간은 무한한 매력을 느낀다. 상생(相生)의 땅으로 일컬어지는 가야산도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자태를 선보인다.

동국대 총장을 지낸 지관(智冠) 스님은 자신이 편저한 '해인사지(海印寺誌)'에서 "가야산 사시의 변태는 천하절경"이라 했다. 스님이 든 가야산의 계절별 매력은 춘계화(春溪花·계곡에 피는 꽃) 하녹음(夏綠蔭·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 그늘) 추상풍(秋霜楓·서리 맞은 단풍) 동설송(冬雪松·눈이 내려 앉은 소나무)이다.

스님의 칭송처럼 여름 가야산의 매력 중 하나가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 그늘이다. 만물상 능선을 가운데 두고 북쪽 용기골과 마주하고 있는 성주군 수륜면 심원골. 휴식년제 시행으로 입산이 통제되고 있는 심원골에 가면 녹음의 실체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잣나무, 전나무, 소나무 등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져 있다. 그 밑으로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수풀이 무성하다. 녹음이 우거진 심원골을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심원골뿐만 아니다. 백운동에서 정상인 칠불봉에 오르는 등산로 역시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따가운 햇볕을 받지 않고 짙푸른 녹음에 몸과 마음을 적시며 산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일기 변화가 심한 여름에 등산을 하는 것은 유달리 힘이 든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여름 날씨 덕분에 가야산을 찾은 사람들은 산과 구름이 펼쳐내는 춤을 구경할 수 있다. 흐렸다, 맑았다 하는 날씨 때문에 구름은 짙푸른 산등성이를 타넘기도 하고, 산의 모습을 시야에서 사라지게 한다. 그러다 어느새 구름은 저멀리 달아나고, 청신한 산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바위로 이뤄져 물이 많지 않은 가야산 계곡들도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에는 포효를 터뜨린다. 백운동 용기골 곳곳에는 불어난 물로 폭포들이 생겨나고,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 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땀을 식히기 위해 계곡 물에 손을 담그면 차가운 기운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그 차갑고 청정한 기운에 더위는 저만치 달아난다.

글·이대현기자 sky@msnet.co.kr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