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키가 무슨 뜻인가요?'
최근 지역의 각종 행사들에 나가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누키'는 Nuclear Keeper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월성원자력의 마스코트로, '원자력 안전 지킴이'란 속뜻이 담겨있다. 말하자면 월성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은 월성원자력 직원들이 스스로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만든 표상인 것이다. 월성원자력 누키봉사대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누키봉사대는 원자력 내에서는 안전을, 밖에서는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를 책임진다는 목적으로 3년 전 만들어졌다. '누키'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것은 누키봉사대의 활동이 그동안 한몫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누키봉사대의 노력으로 월성원전 측과 경주지역사회가 더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 따뜻한 이웃'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발족한 누키봉사대는 그간 월성원자력 주변지역 전역에서 봉사활동을 수행하면서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지 혹은 그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현장에서 뼈저리게 절감할 수 있었다. 그 귀중한 체험의 기회는 앞으로 월성원전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더 소중히 돌아보는 바탕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누키봉사대가 주변지역의 어려운 가구들을 대상으로 직접 수행하는, 이른바 재가서비스의 하나인 밑반찬 배달 및 가사서비스 활동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직원들과 함께 김장을 담가 집집마다 다니면서 배달을 했었는데 그때 세상 명암을 너무나 생생하게 목격했던 것이다.
부모 없이 남매가 외로이 공부를 하고 있는 소년소녀가장의 작은 공간에서는 미래에 대한 강한 희망이 피어오름을 보았고, 홀로 지내는 차가운 방에서 쓸쓸히 아픈 몸을 추스르고 있는 어르신들에게서는 세상의 따뜻한 보살핌이 더 필요함을 느꼈다. 그런가 하면, 젊은 시절에 얻은 지병을 다스리며 혼자서 성실히 생활해가고 있는 어느 중년 남자분의 의지는 감동으로 다가왔고, 노모에 대한 효도를 위해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은 분의 인생사는 가슴 뭉클한 기억으로 아직도 선하다.
소득 2만 불 시대라지만 여전히 우리 이웃엔 어려운 이들이 많다. 특히 그들은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고 한다. 외롭다하기도 하고, 밤이 길다고도 하고, 힘든 세상이 서럽다고도 한다.
김장통 하나 들고 다녔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필자는 그날 이후 누키봉사대가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을 봤고, 각오를 새롭게 했다. '말벗 동무 한 사람 있었으면 한다.'는 그분들의 간절한 눈빛 속에 '나는 그동안 얼마나 뒤를 돌아보고 살았는가'라며 자문해 보기도 했었다.
우리 월성원전 누키봉사대는 지금도 매달 한 번씩 밑반찬을 들고 그들을 찾아간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우리는 또 어느 구석에 어려운 이웃들이 세상과 담을 쌓고 있는 지를 찾아다닐 터이다. 그들에게 반찬은 생계의 수단이라기보다는 따뜻한 세상과 만나는 통로가 된다는 사실도 이제 조금 알고 있다.
'누키'는 앞으로 더 큰 꿈을 키워가려 한다. 적어도 누키가 있는 지역사회에서는 혼자서 외로이 지내시는 어르신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함께해 줄 벗이 없어서 소외를 받고 있는 장애인은 더 더욱 없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부모님에게서 소외받고 하루하루 어려운 날들을 보내는 결손가정 어린이들이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기죽지 않고 삐뚤어지지 않게 살아갔으면 한다. 물론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은, 멀기만 한 꿈이다. 그리고 누키봉사대가 이 꿈을 다 이루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누키봉사대는 이들을 찾아내고 항상 이들과 함께할 것이다. 우리의 작은 정성이 밝고 맑은 사회를 만드는 데 조그만 역할이라도 할까 해서다.
태성은 월성원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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