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상을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여주는 것이 사진이라면, 내가 하고 있는 염색 일은 감성에 따라 달리 보이는 사물의 현상을 색감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풀밭에 누워 해를 똑바로 주시할때 보이는 해의 색깔, 칙칙하지만 따뜻한 거름의 색, 풀밭에 앉았다가 엉덩이에 들었던 풀물, 봉선화 예쁜 꽃물, 풋감을 따먹다 옷에 들었던 감물 등등... 식물염색 전문가 김정화(52·영천농업기술센터 생활지도사) 씨는 이런 모든 자연의 색을 연구하고 표현하는 색의 전도사다.
그는 지난 달 7일부터 오는 19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시 드세세이박물관에서 사이트크리에이션의 초청으로 '한국의 전통염색-풀과 빛과 바람의 변주곡전'을 열고 있다. 이 전시회에서 평면회화 작품 25점과 설치작품 15점 등 100여 점을 전시해 한국 전통염색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자와 자귀, 사리 등 약재식물은 물론, 황토와 감, 포도 등 과일 등에서 식물염료를 추출, 자연 그대로의 색깔을 표현하고 있다.
"단기간에 생장하는 열대식물과 달리 우리 땅에서 나는 식물은 오랜 생장기를 거치기 때문에 색소로서는 최상입니다. 4계절이 뚜렷하다는 것, 생장기간이 길다는 것 자체가 식물에게는 악조건일지는 모른지만 색소를 얻는 과정에서는 질좋은 색감을 얻을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지금까지 250여종의 식물에서 실용성이 뛰어난 다양한 염료를 추출, 식물염색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는 요즘 식물염색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식물을 한약재로 복용하려면 불과 수근이면 가능하지만, 염색으로 사용하려면 최소 20~100근이 들어야 옷을 만들어 입을수 있기 때문에 식물염색 파트도 고 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영천이 한약재와 각종 과일이 풍부하고 고경면 오룡리에는 염색을 옮길 수 있는 질좋은 명주의 생산이 가능해 먹거리로 국한된 이들 소재를 옷의 염료로 이용,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어릴적 경기(驚氣)에서 깨어난 저녁 무렵, 어머니 등에 업혀 바라본 기명(起明)색의 하늘, 해가 지는 산을 바라보면서 다가온 하늘풍경, 하늘과 산 사이에서 나타나는 하얀선... 이런 자연의 색을 나타내고 싶어요."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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