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누구신가?... 이분은 또 누구?"
손바닥만한 사진 한 장을 들고 대구와 평양의 핏줄들이 서로를 확인한다. 눈이 침침한 리경숙(76·여·북측) 씨는 눈에 힘을 줘 가며 서용선(58·남측·달서구 월성동) 씨가 손가락으로 짚는 인물을 확인해 답하기 바쁘다. 평양 고려호텔 북측 상봉실과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남측 상봉실 사이를 연결한 광케이블은 얼굴 모양과 눈매가 닮은 이들의 모습을 서로에게 전했다.
13일 오전 8시부터 전국 13개 화상상봉장에서 동시 시작된 제 6차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1m(50인치) 남짓한 PDP모니터에는 혈육을 그리는 마음 대신 어색함이 먼저 흘렀다. 50여 년을 뛰어넘는 혈육의 정은 족보를 파헤치고서야 '느껴지기' 시작했다.
10여 명이 가득히 들어있는 사진 한 장을 두고 남북의 가족들은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이 먼저였다. 눈대중으로 짐작했던 사진 속 얼굴에서 50여 년 전 그 모습을 되새기기란 어려웠다.
길고 긴 탐색. 그러기를 1시간여. 서승택(45) 씨의 고모인 서옥주(80·여·남측) 씨가 확신이 선 듯 "아버지의 생신이 언제냐?"고 물었고, 승택 씨는 잠시 망설이다 "음력 8월 12일"이라는 대답했다. 그 순간 "우리 오빠 아들이 맞네."라는 탄성과 함께 옥주 씨는 북받쳤던 감정을 풀어냈다.
24살, 1951년까지 강원도 철원에서 함께 살다 1.4 후퇴 때 남쪽으로 피난왔다는 서옥주 씨는 "저 핏줄들 얼굴을 보려고 지금껏 살아온 것 아니겠느냐."며 감격스러워 했다.
이번 화상상봉으로 누구보다 기쁜 사람은 북에 있는 신택, 근택 동생을 화면으로나마 보게 된 용선 씨. 자신에겐 형제가 없는 줄 알고 그동안 아버지 석근(97년 작고) 씨의 생일인 음력 7월 12일이면 제사상을 차렸다고 했다. 화상상봉을 통해 상봉 자리에 나오지 못한 상택 씨를 포함, 3명의 동생이 더 있다는 것을 확인한 용선 씨는 "나도 어렸을 때는 외가에서 태어났다고 외택이라고 불렸었다."고 했다. 동생 신택 씨는 "우리도 남쪽 형님을 외택이라고 들었다."고 답했다.
각자 상봉장에 갖고 나온, 돌아가신 아버지, 석근 씨의 40대 시절 사진과 초로를 훌쩍 넘긴 세 아들들의 모습은 고스란히 닮아 있었다.
진한 혈육의 그리움이 번지기 시작할 때쯤 아쉽게도 화상상봉 시간은 끝이 났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편지를 하자'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다시 보자'는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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