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게임 마니아인 K씨(27)는 자신의 컴퓨터 안에 장착돼 있는 그래픽카드를 신제품으로 교체하기로 결심했다. K씨의 눈에 들어온 제품은 N사의 최고급 제품. 이 정도라면 최근 출시된 고사양 게임을 무리없이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 그였지만 막상 제품의 시간당 소비전력을 보고는 경악하고 말았다. 평상시 200W, 최대 구동시 340W.
이 그래픽 카드는 '전기 먹는 하마'였다. 이 정도 소비 전력이면 웬만한 PC 한 대 전체의 소비 전력과 맞먹고 가정용 60W짜리 백열등 5개를 켠 것과 같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주변장치에 불과한데 이 제품의 괴물 같은 전기 식성(食性)을 납득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결국 제품 구입을 포기했지요."
PC와 가전제품의 성능이 날로 발전하고 대형화로 치달으면서 소비 전력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PC의 경우 웬만한 제품은 시간당 300W 안팎의 전기를 먹는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최신 PC는 부품의 전기 소모량이 높아지면서 300W급 전력 공급장치로는 제대로 구동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삼보컴퓨터 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월 300㎾h의 전기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매일 8시간씩 300W급 PC를 사용할 경우, PC 때문에 추가 부담해야 하는 월 전기료가 5만 4천14원에 달한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64만 8천168원이고 PC교체 주기인 4년 동안의 전기료는 259만 2천672원이나 된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모니터를 제외한 측정치여서 실제 가정에서의 PC로 인한 전기요금 부담은 더욱 높다.
퇴근 때 컴퓨터를 끄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밤새 42인치 PDP TV를 틀어놓은 것과 같다. 쓰지 않는데도 켜둔 PC로 인해 전 세계에서 연간 3조 원 이상이 낭비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디지털 대형TV도 전기 먹는 하마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PDP TV와 LCD TV 등 대형 평판 TV의 경우 소형 브라운관 TV보다 2~4배의 전기를 먹는다. 더욱이 셋톱박스, DVD플레이어, AV리시버, 비디오게임기, 컴퓨터 등 다른 전자제품과 연결해 쓰는 가정이 많기 때문에 오디오, 비디오, 취미 생활에 따른 전력 사용량은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독일의 후지쓰-지멘스 컴퓨터연구소 기술개발담당인 조지프 레제 박사는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형TV 소비가 늘면서 이로 인한 전세계 전력 소비 증가분은 핵발전소 몇 개의 발전 용량을 웃돌 것"이라고 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도 "하이테크 장난감들이 가정의 전기 사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 미국 가정에서의 전기 사용에서 가전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했지만, 요즘에는 15~20%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현행 주택용 요금의 판매단가는 90.94원/㎾h로 평균 비용 기준에 의한 원가 85.90원/㎾h보다 높다. 원가 회수율이 15.9%에 달하는 셈이다. 현행 주택용 요금은 6단계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어 상당수 가구가 원가보다 높은 전기료를 부담하고 있다. 일 때문에 집에 PC 3대를 거의 종일 켜놓아 전기료 부담이 크다는 L씨(43)는 "사용자들의 절전 노력도 중요하지만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 '서버 호텔' IDC, 전기 먹는 귀신
기업의 인터넷 서버 컴퓨터를 한 곳에 유치하여 관리해주는 곳이 있다. 이른바 '서버 호텔'이라고 불리는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가 그곳인데 이곳의 전력 소비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웹 서비스 강화를 위해 지난 4월 워싱턴주 퀸시에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가동해 화제를 낳았다. 축구장 7개 크기에 육박하는 이 데이터 센터가 소비하는 전력량은 최대 4천800만W로 웬만한 중소도시 시민들이 쓸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웬만큼 큰 IDC는 전기료로 월 몇억 원씩을 지출하고 있다. 수천 개의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들도 이 정도 안팎의 전기료를 내고 있다. 동영상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및 온라인 게임의 증가 등으로 서버에 필요한 전기량이 날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LG데이콤의 경우 연간 100억 원의 전기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인프라 운용비용 가운데 전기료 비중은 25%나 된다. 서울 논현동에 있는 LG데이콤 IDC의 경우 2만㎾의 최대 전기 허용량을 갖고 있다.
미국 EPA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전세계 IDC들이 모두 610억㎾h의 전기를 써, 사용료만 45억 달러를 지불했다.
▨ 컴퓨터 소비전력 줄이기
1. 컴퓨터를 끌 때는 반드시 주변장치도 같이 끈다.
2. 잠깐 컴퓨터를 안 쓸 때엔 모니터만 꺼둬도 전기를 절반 아낄 수 있다.
3. 모니터를 너무 밝게 해 놓지 않는다.
4. 컴퓨터를 껐다면 플러그도 함께 뽑는다.
5. 절전모드를 적절히 활용한다.(시작-설정-제어판-디스플레이-화면보호기-전원)
6. 사용하지 않는 CD는 CD롬 드라이브에 넣어두지 않는다.
7. 컴퓨터 통풍구와 팬을 한 번씩 청소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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