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교육프리즘)백범 선생과 외모

초등학교 여학생들 사이에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조장하는 책들이 베스트 셀러로 꼽히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남친을 사로잡는 뷰티파일' '몸매짱이 될테야' '인기짱! 뷰티걸 프로젝트' 등은 실제로 서점이나 학교 앞 문방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책 제목이다. '예뻐지는 목욕법' '경락 마사지' '얼굴 작아 보이는 법' '히프가 예뻐지는 체조' 등의 목차를 들여다보면 초등학생용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일부 공공도서관은 이런 책들을 여름 방학 어린이 필독서로 추천하고 있다니 할 말이 없다.

지금의 어른들은 외모에 신경 쓰는 학생은 공부를 못한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이게 들으며 성장했다.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외모를 적절히 가꾸고 관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개인의 경쟁력에 포함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사회처럼 오로지 외모만을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할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자라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미에 대한 기준은 주관적이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아는 어느 시인은 TV에서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이 사라지면 삶을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사자나 표범이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전력으로 질주하는 모습은 인위적으로 연출된 그 어떤 장면보다도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운동선수가 최고의 기량으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때 우리가 열광하며 감동을 받게 되는 것도 이와 같다. 건강한 몸은 다른 장식과 치장이 없어도 그 자체로 아름답다. 꿈의 실현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의 모습 역시 아름답다. 온몸으로 발산되는 내면의 결의나 정신의 깊이도 감동을 주는 아름다움이다.

광복 62주년을 맞아 오늘의 젊은이들과 김구 선생을 다시 생각해 본다. 백범 선생의 정치의식은 자신이 상민이라는 신분을 뼈저리게 느낀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호 백범(白凡)은 백정이나 범인과 같은 미천한 사람이란 뜻이다. 백범이 젊은 시절 과거에 실패하고 절망에 빠진 상태에서 란 책을 읽을 때, 자신의 관상에는 낙심했으나 그 책에 나오는 '상호불여신호, 신호불여심호' (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 : 얼굴이 잘 생긴 것은 몸이 잘 생긴 것보다 못하고, 몸이 잘 생겨도 심성이 좋은 것보다는 못하다)라는 구절을 읽고 마음을 갈고 닦아 좋은 사람이 되기로 굳게 결심했다. 외양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요즘 젊은이들이 에 나오는 이 대목을 한 번쯤 깊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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