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를 남쪽에서 북쪽으로 관통하면서 흐르는 신천은 비록 작은 하천이지만 대구시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휴식공간이다. 장년층에게는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즐거운 놀이터 역할을 하며, 앞산과 금호강을 연결하는 도시 생태의 주요한 축을 담당하는 대구의 또 다른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천은 남부 산지인 비슬산과 최정산에서 시작하여 용계동에 이르러 팔조령 부근에서 시작하는 대천과 합류하여 대구 시가지를 가로질러 침산동에서 금호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으로 총길이 12.5㎞, 유역면적 165.3㎢의 준용하천이다. 신천 유역의 대략적인 분수계는 동으로는 상원산-동학산-병풍산-용지봉-두리봉-형제봉, 서로는 비슬산-청룡산-앞산-두류산-침산, 남으로는 비슬산-헐티재-삼성산-상원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천의 유역 형상은 동·서·남부가 산지로 둘러싸이고 북쪽이 트인 일종의 말굽형이다.
신천은 대구시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주요한 생태공간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급속한 산업화와 인구유입으로 인하여 신천은 매우 오염되어 왔으며, 250만 명에 달하는 대구시민의 생활폐수와 각종 쓰레기 등의 불법투기로 인하여 한 때 신천의 오염은 극에 달하기도 하였다. 신천의 상류부 오동(梧洞)에는 상수도용 가창댐이 있어 대구시의 상수원이 되고 있으며, 상류 산간 계곡은 대구 시민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오늘날의 신천은 대부분의 도시하천이 그러하듯 인공적인 제방과 고수부지의 조성으로 자연적인 멋은 상실한 상태이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신천의 환경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1급수에만 산다는 수달의 숫자가 늘어나고 고기잡이 하는 모습은 조만간 현실이 될 것이다. 인공적인 강에서 살아 있는 강, 소(沼)와 여울이 있는 자연생태하천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명소가 되길 기대한다.
▨ 신천에 대한 Q&A
▶신천(新川)이란 지명은 어떻게 유래되었는가?
신천(新川)이라는 용어는 인위적으로 새롭게 만든 하천이란 뜻으로 흔히 알고 있다. 신천이란 하천 지명은 대구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의 신천이나 서울 강동구 잠실역 주변의 신천 등은 샛강의 의미를 가진다. 유추해 본다면 대구의 신천 역시 대구부와 대구부의 속현인 수성현 사이를 흐르는 하천이라는 뜻에서 '사이천' 또는 '새천(샛강)'이 한자로 표기되는 과정에서 '신천'으로 오기(誤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신천에 흐르는 물은 어디서 공급되는가?
신천은 비가 많이 오는 우기(雨氣) 외에는 팔조령에서 발원하는 대천의 수량이 부족하고 헐티재에서 발원하는 용계천은 가창댐의 건설로 수량이 급감하였다. 게다가 신천변에 시가지가 확대돼 주변의 농경지가 택지로 바뀌고 오폐수 유입 방지시설을 하여 썩은 물이 신천에 유입 못하게 분리하자 신천은 더욱 더 건천(乾川)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 방류수를 양수하여 상류에서부터 인공적으로 흐르게 하고 있다. 신천종합개발사업을 시작하여 현재 하루에 10만t 정도의 물을 양수하여 하천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깨끗한 물을 흐르게 하기 위해 임하댐 물을 양수해서 방류할 계획까지 하고 있다.
▶신천에 설치된 보(洑)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
대구시는 신천의 수심을 평균 70cm로 유지하기위해 도심 구간 13km 안에 14개나 되는 수중보를 설치했다. 14개의 수중보 중 13개는 바람을 넣어 수중보 역할을 하도록 하는 고무보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고무보는 신천을 생명체가 정착해 살기 힘든 하천으로 만들었고 수중 및 육상생태계의 단절현상을 가져왔다. 또한 신천의 부영양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청계천의 평균 수심을 40cm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중보 대신 물막이용 돌보를 설치했다. 그럼으로써 생태계 단절 현상을 막는 것은 물론 유속을 늦춰주고 용존산소량을 높여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신천에서 관찰되는 지형은 어떤 것이 있는가?
고산골 입구의 산은 앞산의 동편인 산성산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용이 엎드려서 신천의 물을 먹는 모양을 보인다고 해서 용두산이라고 하고 신천에 면해 있는 절벽바위를 용두바위라고 한다. 용두산 용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하천의 침식으로 생긴 바위절벽인 하식애(河蝕崖) 지형이 있다. 하천에 의해 깎여 만들어진 이른바 하식(河蝕)동굴을 대구에서 발견하기는 쉽지 않은데 상동교 약간 상류 쪽에 소규모의 하식동굴이 나타난다. 신천의 동신교와 수성교 사이 강바닥에서는 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있다. 평상시에는 물에 잠겨 잘 볼 수 없으나 물이 줄어들면 약 50여 개의 발자국 화석이 보인다.
▨ 신천 따라 걸어보기
다리 위에서 보는 하천과 옆에서 보는 하천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특히 신천은 바로 곁에서 물을 볼 수 있고, 발도 담글 수 있는 친근한 하천이다. 신천 옆을 따라 걸으며 살아 있는 하천을 한번 느껴보자.
신천을 따라 걷기로 마음먹었으면 용두교로 가보자. 수성못 오거리에서 상동소방파출소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신천으로 가는 내리막길이 있다. 이곳에서 도로를 잠시 따라 걷다가 오른쪽에 넓게 펼쳐진 수풀로 접어들면 온갖 종류의 풀들과 곤충을 살펴볼 수 있어 도심 속 자연을 느끼기에 적당하다.
신천은 상동교 상류와 하류의 형태가 크게 차이 나는데, 상류 쪽은 시멘트 장벽이 있으나 그나마 자연적인 맛이 살아있다. 반면 하류 쪽은 잔디와 운동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인공적인 맛이 강하다. 최근 대부분의 도시에서 자연형 하천으로 복귀하는데, 신천변의 답답한 시멘트 하안벽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상동교에서 신천동로를 따라 북쪽으로 20m쯤 떨어진 곳에 이공제비가 있다. 이 비는 1778년 당시 대구판관이었던 이서가 큰 홍수에 사비를 털어 제방을 쌓아 정비하자 주민들이 공덕을 기리기 위해 그해 8월에 만들어 세운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신천의 풍경이 사뭇 달라진다. 잘 조성된 잔디밭, 곳곳에 있는 운동 시설들, 주변에 보이는 아파트들이 도시적인 냄새를 물씬 풍긴다. 이런 길은 수성교까지 이어지며 대구시민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신천변의 고층아파트들은 오픈스페이스와 바람길의 통로인 신천을 갑갑하게 만들어 보기에 좋지 않다. 대구의 또 다른 상징으로 자리 잡아야 할 신천을 어떻게 가꾸며 보존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하겠다.
김시구(영남삶터탐구연구회·원화여고 교사)
참고자료 : 삶터탐구활동 길잡이(대구남부교육청), 전영권의 대구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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