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서오이소! 2007 경북방문의 해] (30)예천

손 안탄 자연환경 '곤충엑스포'로 자랑

절정을 지나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여름. 아직 휴가가 남아 있다면 가족과 함께 '생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살 비비며 식구들 간에 정도 쌓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공부도 되니 '일석이조'다.

곤충은 청정 자연 속에서 번성하는 동물. 문명의 혜택이 살짝 비껴간 '촌'에서만 진가를 맛볼 수 있다. 곤충은 부모 세대에게는 어릴 적 곤충을 잡아 놀던 추억을 되새겨주고, 자녀들에겐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이다.

지금 예천은 곤충 잔치로 떠들썩하다. 이번 주 '어서오이소'팀은 지난 11일부터 '2007 예천곤충바이오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예천으로 떠났다.

◆살아있는 곤충의 나라

친환경도시인 예천에선 지금 곤충바이오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미래를 여는 친환경농업! 곤충 바이오산업!'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곤충엑스포는 패널과 표본을 보여주는 여느 곤충전시회와는 달리 살아있는 곤충을 방사해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꾸며진 것이 특징. 여느 전시회처럼 플라스틱 상자 안에 가둬놓은 수박 겉 핥기식의 체험학습이 아니다.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장수풍뎅이, 하늘소, 사슴벌레 등 수십여 종의 곤충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다.

주행사장에 마련된 곤충놀이관은 장수풍뎅이와 하늘소, 사슴벌레, 나비, 메뚜기, 사마귀 등 8천여 마리의 살아있는 곤충을 맘껏 만지며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장수풍뎅이가 땅 위를 기어 다니고 나비들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등 그야말로 곤충 천지다. 관람객이 직접 곤충을 맘대로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다.

곤충생태관에서는 책에서만 봐 오던 곤충의 번데기에서 성충까지의 일대기를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곤충의 성장 과정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도록 터널과 데크 형태의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또 인근 학생체육관에 마련된 곤충산업관에서는 살아 움직이는 로봇 곤충과 세계 각국의 곤충바이오 산업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청소년수련관에 마련된 영상관에서는 곤충과 함께 우주여행을 하는 내용의 3D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다.

주행사장에서 20㎞ 떨어진 특별 행사장인 상리면 고항리 산업곤충연구소로 이동하면 생태체험온실, 곤충사육동, 생태연못 등을 갖춘 곤충생태원에서 자연 속의 곤충생태를 한눈에 관찰할 수 있다. 곤충의 생태교육학습과 연구활동 공간인 곤충체험관에서는 유용곤충과 수서곤충, 희귀곤충, 애완곤충, 천적곤충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외에 예천 읍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한천에서는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두 차례에 걸쳐 맨손 고기잡이가 펼쳐지며,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서는 활쏘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입장요금은 성인 8천 원, 청소년 6천 원, 어린이 4천 원이며, 예매하면 1천 원 할인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7시.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예천군 감천면 덕율리에 위치한 천문대다. 낮 시간에는 보조관측실에서 태양의 활동을 관측할 수 있다. 4연식 태양 전용 망원경을 통해 본 태양은 짙은 오렌지 색깔. 자세히 보면 태양의 표면을 뚫고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는데, 이것이 홍염이다. 운이 좋으면 지구보다 더 큰 태양 흑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반사경의 지름이 508㎜에 달하는 연구용급 망원경이 설치돼 있는 주관측실에서는 낮에도 금성을 비롯해 100여 개의 별을 관찰할 수 있다. 망원경에 비친 8월 초 금성은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는데, 개밥바라기로 불리기도 한다.

밤이 되면 그야말로 별들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1천억 개 이상의 별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은하수는 이맘때 가장 웅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우유를 풀어놓은 듯, 별들이 강처럼 흐른다. 별들의 국가로 불리는 '은하'와 별들이 탄생하고 죽어가는 '성운', 별의 집단인 '성단'도 관측된다. 또 천장 돔 스크린을 통해 별자리 및 우주 관련 영화 관람도 할 수 있다.

◆"나도 주몽의 후예"

예천은 활의 고장이기도 하다. 신라시대 최북방 변경이던 이곳은 워낙 전란이 잦아 자연스럽게 활 문화가 발달했다고 전해진다. 진호국제양궁장. 예천 출신의 양궁 선수 김진호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양궁장으로 축구장 2개 크기의 국내 최대 규모 양궁장이다.

미리 전화를 해서 체험 예약을 하면 선수 출신의 전문강사로부터 간단한 지도를 받고 직접 활을 쏴 볼 수 있다. 화살을 걸고, 활을 당기고, 숨을 고르고, 시위를 놓는 순간의 정적과 바람을 가르는 소리, 그리고 과녁에 명중했을 때의 쾌감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양궁 체험은 무료다.

◆명승 '선몽대'와 연꽃단지

선몽대는 퇴계 이황의 종손이자 그 문하생인 우암 이열도(1538~1591)가 1563년 창건한 정자. 선몽대(仙夢臺)라는 글자는 퇴계 친필이다. 정자에는 퇴계와 약포 정탁, 서애 류성룡, 청음 김상헌, 한음 이덕형, 학봉 김성일 등의 친필시가 목판에 새겨져 전한다.

선몽대 일원은 4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한국의 전통적 산수미를 보여주는 내성천 유역의 경승지의 하나. 기러기가 내성천에서 먹이를 먹고 백사장에서 한가로이 쉬는 형상이라 해서 풍수학적으로는 '평사낙안형'이라 전한다. 선몽대 일원은 지난 2006년 11월 16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9호로 지정됐다.

선몽대 주위에는 5천여 평 규모의 연꽃단지가 있다. 고아한 모습의 연꽃이 요즘 한창 피어나는 중이다. 한 꽃대에 연꽃 한 송이. 연잎으로 뒤덮인 연못 위로 소담스런 꽃이 피었다 지기를 반복한다. 물방울을 바람 따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연잎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한 줄기 바람이라도 일렁이면 은은한 연꽃 향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연꽃 향을 실은 바람을 기다리다 보면 따가운 햇볕도 잊는다.

연은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인간을 위해 쓴다. 이기심에 가득 차 있고, 버리고 오염시킬 줄만 아는 인간들에게 이들 연꽃이 베푸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고 많다. 이 여름, 어느 곳에선가 연꽃을 만나면 세상을 위해, 이웃을 위해, 친구를 위해 작은 것 하나라도 베풀겠다는 마음을 다져 보자.

예천·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 경험자 Talk

▷이경봉(38·경기도 시흥시 하중동)=아이들이 졸라서 왔는데 잘 온 것 같다. 아직 농촌의 정취가 살아있는 고장이다. 인간과 자본의 손을 타지 않은 생생한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전혜빈(9·여·초교 2년·서울 관악구 봉천동)=장수풍뎅이, 사슴벌레, 하늘소 등 처음으로 곤충을 접해봤어요. 책에서만 봐 왔던 곤충을 직접 보니 신기했어요. 이제 곤충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양궁 체험도 재미있었습니다.

▷이충빈(10·초교 3년·경기도 구리시)=엄마를 3일이나 졸라서 왔는데 너무 재밌어요. 양궁을 처음 해 봤는데, 잘 안 맞았어요. 다음에는 잘 쏠 것 같아요. 관람객이 너무 많아 곤충을 많이 못 봤어요. 엄마를 또 조를 거예요.

▷방미향(44·여·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예천을 속속들이 구경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시골 풍경을 보니 오랜만에 속이 후련하다. 기회가 되면 또 방문하고 싶다.

▷이영화(48·여·서울시 강남구 대치동)=날씨 때문에 망설였는데 잘 왔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했다. 이런 여행이라면 아이들이랑 다시 하고 싶다.

*이번 주 여행 코스: 예천진호국제양궁장-2007예천곤충바이오엑스포-선몽대 일원과 연꽃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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