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 상수도 設備과잉 어떻게 할 건가

대구상수도본부가 인접 경산시에 하루 5만t씩의 수돗물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무려 10만 명이 쓸 수 있는 양이라 했다. 대구시는 남는 정수 시설을 활용해 좋고, 경산시는 수백억 원에 달할 정수장 건설비를 절약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일이 박수만 쳐 좋을 일은 결코 아니다. 본래부터 그러길 염두에 두고 대구 상수도 시설 용량을 책정한 게 아니라 그 반대의 결과인 탓이다.

대구의 상수도 생산 능력은 이미 하루 172만t에 이르고, 머잖아 문산정수장이 추가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또 20만t 증가한다. 반면 작년 하루 평균 수돗물 생산량은 97만t에 그쳤고 수요가 많은 여름철 하루 소비량도 105만t 수준에 불과했다. 수돗물 생산 설비 과잉 상황이 심각한 것이다. 그래서이겠지만 진작에 도심의 두류정수장 폐쇄론이 나오고 뒤이어 그 자리로의 시청 청사 이전론이 대두되더니 이젠 그마저 구문이 돼 버렸다. 설비 과잉의 여파는 그 단계마저 넘어 공산댐'가창댐 일대 상수도보호구역 폐지 요구까지 불러 와 대구 전체 자연환경마저 위기에 빠뜨린 형국인 것이다.

어쩌다 수천억 원을 낭비하는 이런 일이 빚어졌는지 놀랍다. 인구와 제조업이 감쇠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팽창할 것처럼 안이하게 내다본 장기 전망이 큰 몫을 한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이러고도 상수도 요금은 올리겠다 하니 반발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고, 상수도까지 민영화해야겠다고 중앙정부가 나서는 것도 바로 그런 허술함 때문일 터이다.

마침 제2차 수도정비기본계획 수립 작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도시기본계획을 원용하는 식의 안이한 작업이 아니라, 인구 및 산업 전망부터 나름대로 새로 마련하는 철저함에 바탕해야 지난 잘못의 반복을 피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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