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시비로 2003년 1회 개최 이후 중단됐던 '성주 백년설 가요제'가 최근 유족들의 친일행위 사죄를 계기로 다시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고(故) 백년설(본명 이창민) 씨의 장남인 일정(58) 씨는 13일 서울에서 열린 재경 성주문화원 특별회원 모임에 참석, "선친이 생전에 부른 노래 중 일부분이 친일행위와 관련이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분과 후손들이 있음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죄했다.
이 같은 사죄발언은 백 씨의 친일행적을 문제삼은 성주농민회 등의 반대로 '백년설 가요제'가 지난 2003년 첫회가 열린 이후 더 이상 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성주지역 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재경성주향우회 등 출향인과 지역 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백년설노래사랑모임과 백년설 추모사업 추진위원회가 결성되는 등 가요제 부활 움직임과 맞물려 백 씨 유족의 사죄발언이 가요제 재개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백년설노래사랑모임 주설자 회장은 "일제 말기에 백년설이 비록 훼절 가요를 부른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활동한 어느 가수보다 민족의식이 남달랐다."며 "유족들이 나서 사죄한 만큼 이젠 백 씨 고향인 성주에서 백년설 가요제가 군민화합의 장으로 부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3년 당시 반대추진위까지 결성, 가요제를 반대했던 성주농민회 등은 아직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농민회 한 관계자는 "유족의 사죄와 가요제 부활은 별개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봐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백년설은 1915년 성주에서 태어나 '나그네 설움', '번지없는 주막', '대지의 항구' 등 많은 히트곡을 남겨 보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1978년 도미한 뒤 1980년 65세의 나이로 숨졌다.
하지만 일제 강점 말기 우리 젊은이를 전쟁으로 내몬 '아들의 혈서', '이 몸이 죽고 죽어' 등의 훼절 가요를 부른 점 때문에 친일행적 논란을 빚었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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