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일파 후손 대구시에 땅 소송

"부지4건 부당이득 내놔라" 市선 "특별법따라 국가재산"

대구시가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후손과 토지를 놓고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일제 강점 당시 조선총독부 자문기구인 중추원의 참의를 지낸 안병길의 손자인 안모(68·서울 강남구 도곡동) 씨가 시를 상대로 대구 수성구 매호동, 신매동, 시지동 등의 도로(1924년 개설된 대구~경산 도로) 부지 4건에 대해 지난해 2월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대구지방법원에 냈다는 것. 이에 대구시는 해당 도로 부지가 안병길의 토지로 안 씨에게 상속됐다며, 2005년 12월 제정된 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가재산이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시는 안 씨가 소송을 낸 땅에 대해 국가를 통해 가처분신청을 해놓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제18민사단독은 이 건에 대해 지난달 16일 화해권고결정을 해놓고 있다. 재판부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현재 안병길의 토지에 대해 친일재산 여부를 가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 화해권고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지난 5월 2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친일반민족 행위자 19명 소유의 토지 154필지, 25만 4천906㎡에 대해 국가 귀속 결정을 내렸다. 이어 친일반민족 행위자 450명의 명단을 작성해 이 가운데 109명의 토지 1천313만 5천576㎡에 대해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고 친일재산 여부를 가리고 있다.

안 씨는 앞서 2003년 안병길의 토지로 추정되는 대구 수성구 사월동 도로 부지 2건에 대해 대구시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승소, 대구시로부터 3천500여만 원의 도로 사용료를 받고, 대구시에 3억 1천여만 원에 매각했다. 안 씨는 또 안병길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수성구 삼덕동의 토지 일부가 대구미술관 진입도로로 편입되면서 수억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이 밖에도 안 씨는 안병길이 살았던 곳인 경산시를 상대로도 상당수 도로 부지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놓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안병길의 토지에 대해 조사 중인데 시가 소송 중인 도로 부지 대부분이 친일재산으로 판명돼 국가 귀속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병길의 토지가 친일재산으로 드러날 경우 이미 지급한 사용료와 보상금 등도 환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러일전쟁 시작(1904년)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했거나 상속받은 재산,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유증·증여받은 재산을 환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안병길(1886~1936년)=사망 당시 경북 경산군 삼남동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인 1927년 6월부터 1930년 6월까지 3년간 중추원(일제가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조선총독부의 자문기구)의 참의를 지냈다. 또 경산금융조합 조합장(1913년), 경산청년회 회장(1921년), 조선박람회 평의원(1929년), 대구 소득세조사위원(1934년), 대구상공은행 감사역(1935년) 등을 지냈다. 그의 묘는 대구월드컵경기장 인근인 수성구 삼덕동에 있으며, 그의 후손들은 '경산 안부자'로 경산과 수성구 고산 일대에 널리 알려져 있다. 명당으로 전해지고 있는 안병길의 묘 터는 100억 원대의 값어치가 있는 소나무(조경용)가 식재돼 있는 것으로 소개(3월 20일자 6면 보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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