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영업 상무인데…."
이어지는 여름비가 '여름 경기'를 바꿔놓고 있다.
무더위 특수를 누리던 물놀이 시설과 빙과 업계 등은 잦은 비로 매출이 급감한 반면 '방콕족'들을 위한 영화관이나 게임기 판매업소 등은 뜻하지 않은 인기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실종된 여름특수
비가 8월 대부분을 장식하면서 바캉스족들이 확 줄어 유통업체들마다 바캉스 용품들의 판매가 신통찮다. 이마트의 경우 수영복은 지난해에 비해 판매가 25% 줄었고 물놀이용품도 50%가 덜 팔렸다. 빙과류와 수박도 지난해에 비해 각각 40%와 50%씩 판매가 줄었다. 동아백화점도 수박의 경우 8월 판매량이 지난해 비해 15% 이상 감소했고 아이스크림이나 냉면류 등의 제품도 10%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선 비가 쥐약"이라며 "고객들이 줄면서 매출이 전체적으로 10%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날씨 예측이 어려워 날씨 마케팅도 쉽지 않다고 했다.
도심 속 물놀이장들도 치명타를 맞고 있다. 스파밸리는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고객의 발길이 끊겼다. 특히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 김성훈 부사장은 "비 오는 날에 막상 찾으면 더 재미있지만 사람들이 비가 오면 심리적으로 외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곳은 상황에 따라 8월 말에 대대적인 할인 행사도 고려하고 있다. 한창 어린이들로 북적일 두류수영장은 8월 들어 한산하다. 이상훈 운영파트장은 "6월 말부터 계산해보니 손님이 지난해보다 1천여 명 줄었다."고 푸념했다. 19일까지 운영을 하는 탓에 올해 영업은 거의 끝났다는 것.
지하상가들도 땡볕이 누구 못지 않게 그립다. 이 맘 때면 따가운 햇볕과 더위를 피해 행인들로 가득차야 할 지하상가지만 올해는 예전같지 않다. 메트로센터 내 크로커다일 반월당점을 운영하는 나진홍(46) 사장은 "지난해만 해도 8월이 되면 통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로 빽빽했는데 올해는 한산하다."고 말했다. 유동 인구가 지난해에 비해 15% 정도는 감소한 것 같다는 것. 김종훈 메트로센터 상가번영회 회장은 "여름 품목이 거의 팔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집집마다 재고가 많이 쌓였다."며 "심한 곳은 장사가 지난해의 3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뜻밖의 '여름특수'
잦은 비로 인해 전통적인 여름 특수는 사라졌지만 예상치 못하게 특수를 누리는 곳도 적잖다. 바캉스족은 준 반면 그 만큼 '방콕족'이 늘었기 때문. 이에 따라 방콕족들을 위한 업체나 품목들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영화관. 휴가를 보내고 있는 김수길(38·대구시 북구 침산동)씨는 "원래 강원도 바닷가로 바캉스를 가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계획을 취소하고 아이들과 '디 워' 영화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이렇듯 바캉스 대신 영화관을 피서지로 찾는 고객들이 늘면서 영화관마다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정용택 메가박스 대구점 매니저는 "지난해엔 여름 방학인데도 손님이 크게 늘지 않았지만 올해는 날씨 덕분에 손님이 15~20% 정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유통업체에서도 주로 가정에서 소비되는 품목이 강세를 나타냈다. 동아백화점에선 부침, 튀김재료를 비롯해 식용유, 올리브유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8% 이상 증가했고 과자류나 돈가스, 치킨 등의 매출도 10% 이상 신장했다. 특히 가정에서 심심함을 달랠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마트에선 10만~20만 원 정도의 휴대용 게임기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동아백화점의 경우도 게임 관련 제품이나 DVD 기기 등이 3% 이상 판매가 늘었다.
한편 8월에 접어들면서 전력량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다. 당초 지난해보다 전력량이 많을 거라고 긴장을 늦추지 못했던 한국전력에선 한숨을 놓는 분위기다. 8월 1일부터 13일까지의 대구·경북 지역의 전력량을 보면 평균 595만5천kW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19만3천kW보다 4% 가량 줄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