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 인사이드] 배리 본즈와 도핑 테스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배리 본즈(43)는 행크 애런의 통산 홈런 기록(755개)를 지난주 넘어섰다. 하지만 야구 사랑이 남다른 미국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기록 달성에도 불구하고 축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전해지고 있다.

1974년 애런이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통산 홈런 기록(714개)을 깰 때에도 많은 이들이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 애런의 검은 피부색 때문에 야구팬과 언론의 다수를 차지했던 백인들의 비난과 따돌림을 감수해야 했다. 그같은 어려움 속에서 불굴의 정신력으로 이룬 기록이라 애런의 통산 홈런 기록은 더욱 빛났다.

본즈의 홈런 신기록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약물 사용 문제 때문이다. 2001년 노쇠화가 찾아올 30대 중반 이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73개·2001년)을 작성하는 등 2000년을 전후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힘을 바탕으로 홈런을 양산해왔다. 2003년말 발코 스캔들이 터지고 본즈의 개인 트레이너가 연루되면서 그가 약물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짙어졌다. 다수의 여론은 본즈의 편이 아니다.

물론 2003년부터 시행된 메이저리그 도핑테스트에서 최종 양성반응이 나온 적이 없어 본즈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또 1998년 70홈런을 치며 로저 매리스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61개)를 깬 백인의 우상 마크 맥과이어(은퇴)도 약물 복용 혐의가 짙은데 왜 비난하지 않느냐,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사실상 방관한 리그 사무국은 책임이 없느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도핑 테스트 실시를 위해 다음주 내에 도핑위원회를 공식 발족한다. 도핑 절차와 제재방안, 명단 공개 여부 등은 프로야구선수협회와 상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약물 파문이 일어난다면 가뜩이나 쉽지 않은 프로야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도 있기에 도핑 테스트 실시를 위한 위원회 발족 결정은 반가운 일이다.

버리기는 아쉽고 목구멍에 넘기기는 힘든 뜨거운 감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하루 빨리 도핑 테스트 제도가 정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기록을 세워 놓고도 시시비비가 분명히 가려지지 않은 채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본즈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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