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파인딩 포레스터

몇 년 동안 신경성 위장병으로 치료받던 은행원 김 씨는 다혈질적인 성격 탓에 항상 손해를 본다며 힘들어했다. 중3 때의 담임교사에 대한 적개심을 반복적으로 거론하면서, 내 인생을 망친 그자에게 찾아가 복수라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아버지가 없는 집안의 장남이니 실업계로 진학해서 빨리 돈을 벌어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던 그때, 세상으로 향한 용기와 삶의 희망을 함께 묻어버렸다는 것이다. 누군가 격려하며 용기를 주었다면 지금처럼 불행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후회와 분노뿐이라고 한다.

김 씨의 말대로 용기를 북돋워주는 은사를 만났다면 다른 인생이 펼쳐졌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낳아준 부모 외에도 부모 같은 역할을 해주는 대상을 만나기도 한다. 그 사람 때문에 내 인생이 많이 달라졌다, 그를 만난 것이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고 감사하는 사람도 있다.

이 영화는 빈민가의 천재소년이 좋은 아버지 같은 사람의 도움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난하고 비천한 생활에다 흑인이었던 주인공 자말은 천재적인 문학적 소질을 가졌지만, 자신의 처지에 합당한 농구선수의 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자말은 우연히 포레스터라는 작가를 만나면서 미래가 달라진다. 한때 굉장한 명성을 누린 작가였던 포레스터는 비범한 문학적 재능을 지닌 자말을 문학세계로 이끌어준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세상에 대한 상처로 30년 동안 세상을 등지고 살아왔던 포레스터 자신도 자말을 통해 세상과 화해하는 변화를 맞는다. 포레스터와 자말의 만남은 두 사람 모두에게 화해와 치유의 기회가 되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가족 로맨스(family romance) 같은 판타지를 꿈꾼다. '왕자와 거지'처럼 자신은 말못할 사연으로 현재의 누추한 가정에 살고 있지만 사실은 고귀한 집안의 특별한 사람이라고 상상하는 것이다. 이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청소년들은 자기를 이해해주고 이끌어주는 이상적인 아버지상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때론 종교에 몰입하거나 자상한 '멘토'(조언자)를 찾기도 한다. 애타는 목마름으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칭찬과 격려는 필수적인 마음의 양식이 아닐까.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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