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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글로벌 시대' 단상

얼마 전 한 TV에서 대선 관련 한나라당 후보들 간의 토론을 마련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 중 누가 10만 원권 화폐 초상으로 들어가면 좋겠냐는 질문이 있었다. 한 후보는 광개토대왕을 꼽았는데, 한류 및 고구려 열풍에 부응한 것 같다.

이전 대선 주자들에게도 각자 선호하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주로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같은 인물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즉 과거에는 호국의 이미지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글로벌한 세상에 걸맞은 대답이 필요해진 것이다.

언론에서도 정부의 정책에서도 지금 시기를 '글로벌 시대'라 부른다. 남한 대선을 앞둔 시점의 남북정상회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국제공항의 인파, 늘어가는 조기유학생들과 기러기 아빠들, 중국 붐과 영어의 치세, 인도·러시아를 넘어 멀리 아프리카까지로 확대되는 해외펀드, 게다가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세계증시의 폭락 등 과연 글로벌 시대다.

글로벌 시대라면 당연히 시장은 넓어질 것이다. 따라서 경제정책의 유형도 다양해져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 아이러니하다. 양적·수적 팽창이 아니라 질을 따져본 것이다. 이즈음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경제정책 유형을 창조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동남아에 새마을운동을 수출하고 중국에 삼성 스타일을 전수하고 있는 것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근대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정책 모양새를 단순화시켜 파악해보면, 세계경제에 대한 국민의식의 전환기인 88올림픽 시기 정도가 분기점이 되는 것 같다. 그 이전은 정부주도형이고, 이후는 정부는 지원, 기업이 주도하는 케이스이다. 즉, 개발시대에 성공한 경우인 새마을운동 유형에서 삼성 유형으로 넘어가고, 힘의 논리에서 정보와 지식 추구 스타일로 바뀐다.

새마을운동 스타일이 성실·근면·노력으로 잘 살아보자는 것으로 결국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유형이라면, 삼성 스타일은 광고에서 보듯이 인간을 강조하고 남을 배려하면서도 이익을 내자는 것으로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유형이랄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스타일 외, 요즘은 별다른 모델을 찾을 수 없다. 한때 유행했던 단어들인 '역발상·틈새시장·벤처기업·블루오션'도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한 정유회사의 광고처럼 '가능성의 유전'인 세계를 향한 '생각의 유전'이 되어야 할 것이고 글로벌 시대에 맞는 정책유형이 필요할 것이므로, 결국 세계인으로서의 의식의 다양성이 중요할 수 있다. 인류·교양·인문·환경 등의 문제에도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한반도에 아열대 기후가 나타나니 기후도 글로벌인지….

백찬욱 영남대 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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