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취업 전선에서 직무 능력이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직업훈련에 쏟는 관심도 크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실업자 직업훈련기관만 86개에 이르고, 대구노동청이 올 한 해 동안 실직자를 위한 직업훈련에 쏟아부은 예산만 7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훈련기관마다 중복되는 프로그램이 많고, 구인·구직을 뒷받침하는 '고용 시스템'이 미비해 실효성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직업훈련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비슷비슷한 강좌…=올 한 해 대구의 직업훈련기관들이 개설한 직업훈련 과정은 360개. 이를 통해 9천876명의 직무능력을 갖춘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기관마다 엇비슷한 강좌를 진행해 일부 과정은 인력 과잉 공급이 빚어지고 있다. 인기가 있는 인테리어의 경우 6개 기관에서 '실내건축' '실내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등의 이름으로 18개의 강좌가 있다.
실제 웹디자인 경우 7개 기관에서 '비슷한 이름'의 과정을 개설, 이 부문에서만 올 한 해 1천270명의 인력이 쏟아질 예정이다.
지난 2004년 말 웹디자인 과정을 수료하고도 1년 넘게 취직을 못했다는 김모(32·여) 씨는 "IT 업계가 침체를 맞으면서 고용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인력은 넘쳐나고 경쟁만 치열해졌다."며 "동료중에 아까운 시간을 쏟아 공부를 하고도 전공과는 거리 먼 곳에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모두 취직하는 건 아니다=매년 직업훈련을 통해 새롭게 일자리를 찾는 대구·경북의 실직자는 매년 5천 명. 하지만 취업률은 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경우 1만 4천257명이 직업훈련에 참가해 7천685명(53.9%)이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제 취업자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배운 과정과 상관없이 직장만 구할 경우 취업자로 분류된다.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취업실적을 산출할 때 동일 직종에 취업했는지,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에 취업했는지, 또 얼마 동안 근무했는지 등을 평가해 직업훈련의 실효성을 높여갈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취업의 질은 어떨까?
공업계 고교를 졸업한 뒤 직업훈련기관에서 기계조립 과정을 수료했다는 김모(20) 씨는 "술집에서 서빙을 해도 한 달에 150만 원씩 버는데, 어렵게 기술을 배워 취직해도 한 달에 60만 원 정도"라고 했다.
직업훈련 수료자들이 받는 임금은 평균 1천500만 원 선(연봉). 업종이나 직장의 규모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월 200만 원을 넘는 직장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내실에 문제?="일자리의 안정성과 질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값싼 저임금 노동자만 양산하는 꼴이 된다." 지난해 직업훈련에 참가했다 중도에 그만둔 교육생은 4천96명. 전체 참가자의 28.7%에 이른다. 이들은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괜찮은 일자리'가 구해질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직업훈련 불참의사를 밝힌 실업자들을 조사해 보니 34.6%가 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훈련 후에도 취업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가 15.2%나 됐다. 지금처럼 인원수 채우기식이 아니라 맞춤형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대목이다. 한 강사는 "다양한 일자리 확보도 중요하지만 나이, 학력 등 계층별 특성을 반영한 훈련과정의 내실화도 시급하다."고 했다.
박세호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 직업능력개발팀장은 "지난해부터 메카트로닉스, 자동차부품산업 등 지역전략산업에 맞는 훈련과정을 개설해 특성화된 직업훈련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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