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정욱(45) 씨는 휴대전화 스팸문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하루 20통 남짓, 벌써 두 달째로 휴일도 가리지 않는다. '060 차단 서비스' 신청도 무용지물. 발신번호에 '060'이 안 찍혔다는 것 외엔 이 서비스를 받기 전과 다를 바 없다. '아가씨 항시 대기, 이웃집 아줌마 같은 사람 더블데이트 가능' 등 내용도 낯뜨겁다. 화가 나 통신업체에 전화했지만 업체 상담원은 "스팸문자를 항의하는 고객들의 전화 때문에 다른 업무를 못 볼 정도"라며 "대구 상담원 한 명당 하루평균 100건이 넘고, 전국적으로도 하루에만 수만 건에 이를 것으로 보여 스팸문자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 최 씨는 "스팸문자를 막을 근본 대책이 없다는 통신사의 답변에 더욱 화가 났다."며 "노인이나 학생들은 잘 모르거나 호기심으로 통화버튼을 누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휴대전화 이용자 및 이동통신업체들이 '스팸문자' 때문에 폭발 직전이다.
휴대전화 이용자 상당수가 스팸문자 때문에 문자 착신벨소리만 울려도 화가 치민다는 것. '060'으로 시작되는 발신번호의 문자메시지는 차단이 가능하지만 최근엔 이를 피해 발신번호를 휴대전화나 일반 전화번호로 전송한 뒤 060 서비스로 연결되게끔 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060 차단 서비스'가 있으나마나 한 지경이다. 이에 정보통신부는 이달부터 1인당 하루에 보낼 수 있는 휴대전화 문자 발송량을 무제한에서 1천 건으로 제한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형편이다. 실제 휴대전화 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른 대포폰을 만들어 '060 서비스'와 연결해 영업하다 며칠뒤 번호를 바꾸는 등의 수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신사가 추적하더라도 잡기 힘들기 때문.
이 때문에 통신업계에서도 '스팸문자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스팸문자 잡기에 혈안이 돼 있지만 '신고' 외엔 뾰족한 대책이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스팸문자와 관련해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가입자들이 스팸문자를 받을 때마다 차단을 요구하는 신고 외엔 딱히 방법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통신업체 관계자는 "광고 문자에는 '거부' 등을 반드시 명기하도록 돼 있는데 최근 스팸문자의 경우 '거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명백한 불법"이라며 "발신번호도 010으로 시작하는 일반 휴대전화 번호가 대부분인데, 30초에 690 원(부가세 별도)에 이를 정도로 통화료가 아주 비싸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더라도 연결하지 않는 게 최선책"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휴대전화 이용자 4천만 명 중 620만 명이 스팸문자 차단서비스에 가입했으며, 이 중 180만 명은 미성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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