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중국에서 가장 오지로 알려진 귀주에서 마주친 한류 열풍은 대단했다. 드라마 '대장금'의 영향으로 그곳의 식탁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부들이 맛을 따지기에 앞서 어디에 좋은 음식인지를 먼저 설명한다고 했다. 건강에 있어 음식의 중요함을 잊고 살던 중국사람들에게 한국의 드라마가 기억을 되살려 준 셈이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고 할 만치 옛 선인들은 하루하루의 밥을 중시했다. 건강뿐만이 아니다. 음식이 사람의 생각까지 결정짓는다고도 한다. 된장에 김치를 먹는 한국사람과 버터에 고기를 먹는 서양사람의 사고가 다르다는 말이다. 패스트푸드에 이것저것 혼합된 퓨전음식을 즐기는 신세대와 된장을 고집하는 노년층의 사고의 차이는 음식에서 비롯된다고도 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72만 명을 돌파했다. 주민등록 기준 전체 국민의 1.5%가 넘는 수치다. 외국인이 많아지다 보니 외국의 전통음식을 파는 음식점도 해마다 늘고 있다. 주 고객은 외국인이지만 이국의 맛을 찾는 한국인도 많아지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국경 없는 마을은 평일에는 2만 명 주말에는 5만 명의 외국인이 모이는, 세계에서 찾아 보기 힘든 진풍경을 연출한다. 전통 의상에 이국적인 분위기의 외국 음식점도 즐비하다. 세계 각지의 음식이 국경을 초월하여 만난다.
외래 음식으로 가장 토착화된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자장면이 으뜸이다. 하루에 700만 그릇이 팔린다고 한다. 개화기 인천의 중국 조계지가 우리 자장면의 시초라는 주장에 따라 두 해 전에는 자장면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기도 했고 자장면 박물관도 추진 중이다. 자장면과 이른바 철가방은 시대를 거치며 변화해 온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이 되기도 했다. 보리밥 대신 자장면이 참으로 대체되고 공원이나 해수욕장에서는 '자장면 시키신 분'을 찾는 소리가 낯설지 않게 됐다.
서울 어느 동네의 중국음식점 주인들이 수해로 고생하는 북한주민들에게 자장면을 공짜로 만들어 주겠노라며 통일부에 방북신청을 했다. 이미 전국의 화재나 홍수 복구현장에서 자장면 무료 서비스를 한 경험을 살려보겠다는 요청이다. 남과 북의 당국이 어떻게 결정할지 알 수 없지만 음식이 서로 다른 문화와 사고의 차이를 좁힐 수 있다면 괜찮은 아이디어가 아닐까.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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