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삼성전자 구미기술센터 縮小 안 된다

삼성전자가 구미사업장에 신축 중인 구미기술센터 건립 공사를 중단했다. 휴대전화 연구'개발(R&D) 건물인 구미기술센터의 규모 축소를 전제한 설계 변경을 위해서라고 한다. 가뜩이나 위축된 구미와 대구 경제에 먹장구름처럼 암울한 소식이다.

삼성전자 구미기술센터 건립 중단은 단순히 R&D 건물을 짓다가 마는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구미는 '휴대전화의 메카'가 되느냐, 아니면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베트남 진출설이 터졌을 때 저가 휴대전화 생산기지로 고려하고 있을 뿐이라며 휴대전화 제조 및 개발의 메카로서 구미사업장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의 해명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다. 게다가 지난 6월 말 '글로벌 아웃소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해 삼성전자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의 전략 변화는 이미 예측됐었다. 그래도 믿은 것은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착공한 구미기술센터를 2009년까지 완공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미기술센터 건립 중단과 규모 축소는 구미를 휴대전화의 메카가 아니라 하청 생산기지로 格下(격하)시킨다는 전략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구미와 대구 일대에 추진하던 '모바일 클러스터' 구축도 무산된다.

우리 기업들은 외환위기 당시 R&D 투자까지 축소하는 바람에 이후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일시적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파종해야 할 '종자'로 밥을 짓는 과오를 저지른 때문이다. 구미기술센터 건립 중단은 실적 부진에 놀란 나머지 미래 성장동력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지역 경제계에 한 약속을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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