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위태위태하고 추악한 싸움이었다. 저급한 이합집산쇼에 이어 벌어질 범여권의 경선 국면도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기대한 것은 민주적인 상생의 정치, 유쾌한 경쟁이었다. 하지만 상생은 없고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살기만 넘쳐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선 공방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검증이란 허사를 입에 달고 단칼에 죽이기와 무조건 뭉개기식 사투로 일관했다. 상대는 '당원 동지'가 아니라 '철천지 원쑤'와 다름없어 보였다. 싸움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당원, 당원은 아니지만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혼란과 배신감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사람은 경쟁후보의 무차별 공격으로 초토화된 이력과, 짓밟혀서 쓰레기처럼 너덜너덜해진 공약들을 어떻게 추스릴 것인가. 상처투성이로 본선에서 선전할 수 있을 것인가. 또 탈락한 사람은 약속대로 흔쾌히 승복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전폭 지원을 할 것인가.
탈락후보의 처신은 이번 대선의 최대 관건이다. 정권교체가 거기 걸려있다 해서 과언 아니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은 불안하다. 그들이 안심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가 경선의 승자가 됐을 때 박근혜 후보는 스스로 낙인찍은 '필패할 후보'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을 때 이명박 후보는 적군보다 더 나쁜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양 후보가 웃으면서 다시 손을 잡는다면 그것이 비정상이고 국민을 놀리는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제 발표된 한 여론조사는 지지후보가 탈락할 경우 상대후보를 찍지 않겠다는 사람이 절반 가깝게 나왔다. 이것이 민심이다. 마무리가 어떠하든 한나라당 경선은 많은 국민들에게 광기와 위선의 굿판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만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고,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원칙을 지키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요지의 홍준표 후보의 덕담을 기억하고 여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국민이 한나라당에 남은 마지막 희망이 될 것이다.
범여권 이합집산의 키포인트는 김대중과 노무현의 전현직 대통령의 힘겨루기다. 김대중은 일신의 평안을 위해서 또는 햇볕정책의 계승을 위해서 자신의 능력과 영향력을 재확인하고 유지하고 싶어한다. 새천년민주당의 부활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노무현 대통령 계열의 반발로 이른바 대통합을 이름한 새천년민주당 부활은 무산됐다.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나온 타협의 소산이 이른바 3지대 통합론이다. 그 결과 민주신당이 만들어졌다. 도로 열린우리당이면서 새천년민주당의 복원이기도 한 묘한 정당이다.
민주신당에서의 전.현직 대통령의 불안한 동거는 결국 지역기반이 확고한 DJ의 승리로 끝날 것임은 자명하다. DJ의 복심 없이 범여권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DJ는 측근들이 모조리 수난 당하고 새천년민주당이 파탄될 수밖에 없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DJ의 의중을 헤아리는데 여러 사람이 거명되지만 햇볕정책의 계승자가 되겠다고 나선 손학규와 DJ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인 이인제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 둘 다 태생 정당 탈당, 비호남 출신, 일정 부분 대중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이 가진 흠결들은 경량급이었던 노무현을 당선시켰다는 자부심을 가진 DJ에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래서 DJ는 여야 맞대결이면 승산을 장담한다. 변수가 있다면 그래도 현역인 노 대통령인데 손놓고 있겠느냐는 정도다. 탈당과 합당과 다시 탈당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빤한 쇼를 벌이는 범여권의 행태는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붕괴되지 않는 기반에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어 군말 없는 단일화와 승산을 말한다.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냉철하게 반성하고 겸허해져야 한다. 특히 후보들은 국민을 존중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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