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1조, 척후, 교란, 침투, 운반, 감시 총 5개조의 특공결사대가 편성됩니다. 선발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야간투시가 가능한 시력, 신속한 포복능력, 순간 도주능력, 상품감별능력 그리고 만약의 경우 고문에 견디는 인내력까지 측정됩니다. 이번 작전의 상대는 인근에서 악명이 자자한 구두쇠 영감입니다.
조장은 고구마, 깡패, 생쥐, 기생, 베짱이가 맡았습니다. 작전의 승패는 팀워크입니다. 제1조 척후조가 원두막 주변을 정찰합니다. 수비병의 수와 위치를 파악하고 신호를 합니다. 다행히 적장 혼자뿐입니다. 제2조 교란조가 작전을 개시합니다. 당당하게 정문으로 입장하며 너스레를 떱니다.
"할배, 수박 한통 주이소" 수문장 똥개장군의 왈왈거림에 무장을 해제한 영감님, 귀찮은 듯 원두막을 내려옵니다. "얼마짜리 주꼬?" "값이 얼만데요?" "이천 원, 삼천 원, 오천 원" "와 그래 비쌉니까, 더 싼 거 없는 교?"
제3조 침투조의 행동개시 순간입니다. 원두막에서 직선거리로 가장 멀리 떨어진 밭 기슭, 10개의 머리통이 수박통과 나란히 정렬됩니다. "포복 앞으로!" 깜깜한 밤, 수박에 부딪칠 때까지 전진하다가 목표를 만나면 "톡톡". 그 순간 낮고 음산한 톤의 명령이 하달됩니다. "잘 익은 놈으로 골라래이"
한여름 밤, 개구리의 극성이 너무 고맙습니다. 제4조 운반조가 노획한 수박을 베이스캠프로 이동시키고 감시조의 상황해제 신호가 터집니다. "삑~ 삑~ 삑~" 기다리고 있던 잔당들에게서 환호가 터집니다. 척후, 교란조가 철수합니다. 완벽한 작전성공.
파티가 시작됩니다. 수박폭탄투하! 베이스캠프 벽면으로 수박한통이 날아가 산산이 부서집니다. 무자비한 폭식상황이 발생합니다. 수도격파로 수박의 배를 가른 용사들, 양손으로 수박속살을 탐닉합니다. 작은 배가 올챙이배처럼 부풀 때까지 다들 말이 없습니다. 포만감 가득한 여름밤, 완전범죄의 쾌감에 전율합니다.
다음날 아침, 밤새 중천에 매달린 수박을 잡다가 늦잠까지 자버립니다. "밥 먹고 자라" 어머니의 부름에 단잠이 깹니다. 밥상머리에서 아버지가 웃고 계십니다. "너희들 수박 줄은 다치게 하지 마래이"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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