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밥투정 못마땅 아버지 밥그릇 정해져

나의 보물1호는 현재 60년 넘는 세월이 담겨있는, 골동품이 되어버린 옛날 밥그릇이다.

어릴 적 밥 욕심이 많아서 끼니때마다 투정 부리는 걸 못마땅하게 여긴 아버지는 내 밥그릇을 하나 정해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놈아야∼ 이 밥그릇이면 니 두 끼 먹고도 남을 게다. 여기 수북하게 담아줘라. 먹다가 남으면 점심 때 또 먹으면 될 것이니. 이놈아야∼ 이제 됐나."

아버지가 건네주신 큰 주발(그릇)은 어머니가 혼수품으로 해온 그릇이었다.

수북이 쌓인 밥그릇을 받아들고 만족해하는 날 보고 "그래 욕심이 많으면 시집가서도 잘 산다고 하더라. 많이 묵꼬. 시집가서도 아버지보다 더 잘살아야지." 하시던 아버진 과로로 쓰러져 깨어나지 못하고 먼길을 택하신 후 강산이 많이 변했다.

지금도 밥그릇을 꺼내 보면 아버지 하시던 말씀이 생생하게 묻어있고 잘살아 보겠다는 일 욕심 많은 아버지가 떠오른다. 아버지! 그립습니다.

이유진(대구시 북구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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