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거나 한 번씩 집안정리를 할 때, 가끔씩 발견되는 '보물'. 초·중등학교에 다닐 때 모아 둔 옛날 우표와 화폐다. 혹은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던 수집품이기도 하다. 돈이 된다면 보물이지만 환금성이 떨어진다면 잡동사니 골동품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20, 30년 전까지만 해도 우표수집이 유행이었다.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 기념우표가 발행될 때면 우체국 앞에 미리 줄을 서는 장사진이 연출되곤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수집취미는 바뀌기도 하고 시들해지기도 한다. 요즘 주변에서 우표수집광은 찾기가 어렵다. 시내 곳곳에 있던 20여 곳에 이르던 우표수집상들도 하나둘씩 사라져서 요즘은 5, 6곳밖에 없다. 그나마 우표보다는 화폐 등 다른 수집품들을 주로 취급한다.
▶애물단지 우표첩 어떻게 할까.
예전에 모아둔 우표첩들은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희귀우표는 환금성이 있지만 1980년대 우체국에서 대량 발행하면서 통신판매까지 된 우표는 환금성도 없다. 그런 우표들은 가격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1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가격이 떨어졌다. 찾는 사람이 적으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수십 년째 대구에서 우표상을 하고 있는 우정사의 조명환(56) 씨는 "당장 팔려고 하지 말고 그냥 갖고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우표수집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지금 팔려고 해봤자 제값을 받지못하기 때문이란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갖고 있다가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다.
그래도 팔고 싶다면 시내의 우표상을 찾아서 값나가는 우표들만 골라서 파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터넷에서도 우표를 직접 사고팔 수 있다.
옥션(auction.co.kr)에는 1만 원 이내 우표를 매물로 내놓은 사람들이 많다.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특징이다. 우정사업본부에서 구축한 우표포탈(kstamp.go.kr)의 우표 장터 코너에서도 원하는 우표를 사거나 팔 수 있다. '환경관련 우표를 사고싶다'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런 사이트들을 둘러보면 자신이 갖고 있는 우표의 가격을 대충 매길 수 있다.
갖고 있는 우표가 많다면 시내의 오래된 우표상에 가서 상담을 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80년대 이후 대량발행된 전지우표는 거의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제국 때의 우표나 50, 60년대의 기념우표는 어느 정도의 가격을 받을 수 있다.
1905년 대한제국이 발행한 독수리대형 보통우표 13종 세트는 3백만 원을 호가한다.
또 대한제국 1년의 최초 보통우표는 1천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념우표인 왕관과 이화우표의 호가는 40만 원이다. 70, 80년대의 우표는 액면가를 약간 웃도는 가격이 형성돼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우표동호인(우취인)들이 줄어들면서 우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없자 옛날우표를 편지에 붙여서 사용하기도 한다.
▶우표 대신 다른 걸 수집하라.
한국우취연합 대구경북분회장을 맡고 있는 권윤경(65) 씨는 요즘 화폐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5천 원권에 이어 올 초 1만 원, 1천 원짜리 신권이 발행되자 수집동호인들은 바빠졌다. 신권화폐는 일련번호에 따라 수집대상이 된다. 1번부터 100번까지 혹은 2007번, 혹은 일련번호 앞의 영어배열순서 즉 AA, BB 등이나 000, 9999 등의 숫자배열에 따라 수집대상이 된다.
권 회장은 지하철티켓은 물론 모든 것을 수집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모든 역에서 발행하는 철도티켓을 모아서 병풍을 만들기도 했다. 올해로 10년이 된 대구의 지하철10년사도 권 회장이 없으면 쓸 수 없을 정도다. 그녀는 지하철개통 1주년, 3주년 기념 전시회를 했고 올해 다시 지하철공사 측의 전시회요청을 받았다.
그녀의 집 두 칸의 방은 수집창고다. "한마디로 잡동사니 창고지요. 정리하려고 했는데 모든 것을 모으고 있어서 쉽지가 않아요."
하긴 그녀는 꼭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세계 어느 곳이든 찾아간다. 꼭 필요한 전화카드가 있어서 벨기에에 간 적도 있고 북한을 제외한 전세계 지하철을 다 타보고 지하철티켓을 모으기도 했다.
"모으면 역사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제행사를 치르더라도 자료를 남기지 않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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