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리더십의 기본

회사 이익 구성원과 함께…어떤 이가 불평하겠는가

리더십에 관한 고민은 경영학의 오래된 문제이다. 이 문제는 리더십이라는 과목 하나만으로는 통찰할 수 없고 인간의 본성 전체를 꿰뚫어 보아야만 비로소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필자는 과문하고 공부가 부족해서 많이 알지 못하나 맹자, 이제마, 아담 스미스에게 각각 조금씩 배웠는데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齊宣王(제선왕)은 맹자가 자주 찾아와서 쓴소리를 하는 것이 귀찮았던 모양이다. 맹자에게 어느 날 넌지시 불평한다. "선생님, 저는 원래 재물을 좋아해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좋은 왕이 되기는 틀렸습니다."

맹자는 물러나지 않고 이를 받아서 말하기를 "옛날 주나라 왕실의 자손 공규라는 인물은 백성들의 창고에 곡식이 가득 차게 한 다음 나가서 오랑캐를 무찔러 크게 이겼습니다. 왕도 이렇게 하시면 왕이 재물을 좋아하시는 것이 아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맹자의 한판승이다.

제선왕이 다시 불평한다. "선생님, 저는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좋은 왕이 되기 틀렸습니다." 맹자 말하기를 "옛날에도 여자를 좋아하는 고공단보라는 왕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자기가 여자를 좋아할 뿐 아니라, 나라의 과부와 홀아비 모두 시집 장가가게 만들었습니다. 나라 안에서 이 왕이 여자 좋아하는 것을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때로부터 백성과 더불어 즐긴다고 하여 與民樂(여민락)이라는 단어가 생겼고, 같은 제목의 음악도 있으니 조선시대의 정악의 하나이다. '다스림을 받는 사람과 다스리는 사람의 욕망은 같은 것이니 혼자서만 즐기지 말고, 다스림을 받는 사람의 욕망을 먼저 헤아려 주면 다스리는 사람이 즐기는 것이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 맹자의 말이다. 이 이야기는 2천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사상의학의 창시자로 유명한 이제마 선생은 1800년대 후반에 활동하시던 분이니 아주 가까운 선배뻘이 된다. 이제마의 사상집인 '格致藁(격치고)''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윗자리를 좋아하고 아랫자리를 싫어하며, 멀리 가기를 싫어하고 가까운 곳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윗사람의 마음을 가지면 반드시 여러 사람과 다투게 되고 아랫사람의 마음을 가지면 여러 사람이 따른다. 쉽고 가까운 일을 하면 여러 사람이 같이 갈 것이요, 멀고 어려운 것을 행하고자 하면 혼자서 씩씩하게 걸어가게 될 따름이다(健步獨往).' 따르는 무리 하나 없이 리더 혼자서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는, '우리가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공급받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이문을 챙기는 그들의 욕심에 바탕을 둔 것으로, 여러 사람들의 욕심이 제대로 발현되면 그 욕심들의 총합이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시장을 돌아가게 하고 우리가 필요한 것을 공급받게 해준다.'는 말 또한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생각들을 깊이 되새기면 동양과 서양, 먼 옛날과 오늘을 통틀어 공통된 사상이 추출될 수 있다. 사람들이 바라는 바는 모두 비슷하다는 것이다. 큰 이념이나 사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잘 먹고, 조금 더 따뜻하게 자고자 하는 욕심을 추구하는 것이 사람이고 그 바탕 위에서 정치를 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회사의 구성원이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주주들이 더 많은 배당 수익을 올리기를 원하는 만큼, 우리 회사의 고객들도 우리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여 더 많은 이득을 보기를 원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식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고객만족이라는 화두가 한낱 고객에 대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정으로 고객이 필요한 것을 만족시켜 주는 큰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나 주주만 많은 이득을 챙겨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도 동일한 종류의 이득을 챙겨갈 수 있게 해주면 어떤 구성원이 이를 좋아하지 않겠는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조선업과 그 수직계열 기업들로 신흥 그룹으로 부상한 S그룹은 주주나 임원뿐 아니라 현장 생산 사원들까지 인센티브로 배정받은 주식으로 모두 거부가 되었다고 한다. 이 회사에 가보면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고 욱일승천의 기세가 느껴진다. 리더십의 기본을 실천한 좋은 사례이다.

김연신 한국선박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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